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루브르의 전시물

입력 2013년02월0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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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기행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예술의 도시답게 파리에는 170여 개가 넘는 미술관이 있다. 그중 단연 손꼽히는 곳은 루브르와 오르세, 그리고 그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로댕미술관이다. 미술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진 이라면 어느 한 곳도 양보할 수 없어 고민하겠지만, 첫 유럽 여행인데다 그다지 미술에 대한 관심도 미적지근한 아이는 "지겨운" 미술관 순례는 한 곳으로 족하다며 망설임 없이 루브르박물관을 낙점했다. 이유도 쿨하다.


 "쩔잖아요! <다빈치코드> 찍은 곳인데.....히히 글구 내 친구들은 오르세니 로댕이니 하는 곳은 잘 모른단 말예요"


 대략난감인 답변이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들로 루브르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은 하루
15천명, 한해 9백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녀석의 선택도 거기 일조한 셈이다.


 영화 <다빈치코드>에 자주 등장했던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가 보이자 아이는 탄성을 내질렀다. 원작소설에는 "저 피라미드가 마음에 드십니까?"라는 질문에 랭던이 눈살을 찌푸리는 대목이 있다. 왜냐하면 이 질문엔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 안목 없는 미국인이 되어 버리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프랑스인을 모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녀석은 유리 피라미드가 썩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홀린 표정으로 자신이 쏟아낼 수 있는 감탄사를 모조리 토해냈다. . 쩐다. 대박. 아놔.....듣기에 따라선 형편없이 빈약한 표현이지만 넋을 빼놓은 듯한 녀석의 표정을 보건대 이보다 더 이상의 찬사는 없다. 그렇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1989년 건축당시만 해도 쏟아졌던 비난과 달리 이 유리 피라미드는 이제 루브르박물관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징물이 되었다.


 대영박물관, 바티칸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루브르 박물관은 40만 점에 이르는 엄청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 모든 전시물을 한 번씩 훑어보기만 하는 데도 한 달 이상이 꼬박 걸린다고 하니 일반 관람객들은 아무리 재게 발품을 팔아도 빙산의 일각만 접하고 돌아가는 셈이다. 그래서 대부분 관람객들은 그야말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작품"만 콕 찍어 보게 되는데, 그것도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원래 요새형 왕궁이었던 건물은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여서 혹여 길이라도 잃게 되면 예상치 못한 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루브르박물관에 마련된 한국어판 팸플릿이 아주 좋은 가이드가 된다는 점이다. 층별 유명 미술품의 전시 위치가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럼에도 "ㄷ"자 모양으로 연결된 주 전시관인 리슐리외 관, 쉴리 관, 드농 관을 아래 위층으로 오가다 보면 단번에 목표 전시물을 찾아내는 경우는 드물다. 밀로의 "비너스"상도 그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그랬다. 오히려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뭐가 있나 들여다보면 어디서 많이 보던 작품이 놓여 있곤 했다. 나중엔 요령이 생겨 아예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먼저 들여다보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앞에는 루브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소문처럼 겹겹이 둘러선 인파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행렬 끄트머리에서 겨우 알현할 수 있었던 모나리자의 미소와 달리, 사모트라케의 "니케" 조각상은 거대한 그 모습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일명 승리의 여신상으로 불리는 니케(영어 발음은 나이키로,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회사 나이키의 로고도 니케상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상은 1863년 에게해 북서부 연안의 작은 섬 사모트라케에서 발견됐다. 높이 2.75미터의 거대한 조각상은 머리도 없고 팔도 없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활짝 펼쳐진 날개와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섬세한 옷자락에서 지금도 에게해의 바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화폭에 담긴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과 "가나의 결혼식"도 루브르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감동이다. 화집이나 TV미술관에선 느낄 수 없는, 웅장하고 생동감 넘치는 화폭은 그림에 문외한인 낯선 이방인조차 꼼짝없이 사로잡고 만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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