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가 승부수를 띄웠다. 중형 세단이자 회사의 주력차종인 SM5에 1.6ℓ 엔진을 얹은 것.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엔진 다운사이징은 세계적인 트렌드지만 국산차에서는 좀체 보기 힘들다. 특히 국산 중형차는 소비자 사이에서 "중형 세단=2.0ℓ"라는 선입견이 확고해 메이커들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그리곤 물었다. "중형 세단에 1.6ℓ가 어울려? 힘이 부족하진 않아?"라고 말이다.
회사 관계자에게 소비자의 궁금증을 대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일단 한 번 타보시라니까요"다. 그도 그럴 게, SM5에 올라간 1.6ℓ는 단순히 배기량만 봐선 안된다. 엔진 다운사이징의 핵심이랄 수 있는 직분사 시스템과 터보차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배기량을 낮추되 연료의 직접 분사와 과급 시스템으로 출력을 높였다. 이를 통해 TCE는 190마력의 출력을 확보했다. 2.0ℓ 일반엔진보다 뛰어난 성능이다. 르노삼성차가 호언장담하는 이유다. SM5 TCE(Turbo Charged Efficiency)를 시승했다.
▲스타일
SM5는 TCE 출시를 계기로 두 종류의 제품을 갖췄다. 기존 SM5의 3.5세대 플래티넘과 1.6ℓ 터보 엔진을 탑재한 SM5 TCE가 그 것. 플래티넘과 함께 팔던 3세대 SM5는 제품군에서 뺐다. 뉴 SM5 플래티넘에서 "뉴"자도 없앴다. 제품 재정립 차원에서다.
플래티넘과 TCE의 외관은 크게 다르지 않다. 후드와 범퍼는 일체형으로 만들어 안정감을 강조했고, 보닛에는 듀얼 캐릭터 라인을 넣어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다. LED를 적용한 헤드 램프는 첨단 분위기를 낸다.
두 차의 다른 점은 TCE가 17인치 알로이 휠과 듀얼 머플러를 채택했다는 정도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알아채기 힘들다. 그래서 명찰을 달았다. 양쪽 펜더에 TCE 전용 엠블럼을 붙인 것. 후면에 차급을 표시한 "XE" 로고는 부담스럽지만 차의 정체성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내에도 TCE만의 개성을 담았다. 플래티넘이 우드 패널과 크롬 장식 등으로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면, TCE는 검은색과 흰색의 투톤 인테리어로 세련된 이미지를 부여했다. 3.5세대로 넘어오면서 젊어진 SM5를 더 젊게 만든 셈이다. 흰색 패널을 쓴 곳은 센터페시아나 도어트림인데, TCE의 지향점인 "고성능"이라는 이미지와도 어울린다.
▲성능
1.6ℓ 가솔린엔진은 190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한다. 숫자만을 집요하게 시비거는 소비자라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고출력"이다. 경쟁차종인 쏘나타 2.0ℓ의 출력은 172마력이다. 제원 상 분명히 앞선다. 변속기는 독일 게트락의 6단 듀얼클러치를 조합했다. 이 조합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는 최초의 시도이며, 앞으로 얼라이언스 내에서 적용차종이 늘어날 것이란 게 회사측 설명이다.
시동을 걸었는데도 소음이 크지 않다. 어느 새 르노삼성차의 장점으로 "정숙성"이 굳어지고 있다. 엔진 소리부터 도로 소음, 풍절음 등 각종 소음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에게는 정숙성은 더할 나위없이 좋은 구매요소 중 하나다.
가속 페달을 밟자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진 않는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는 출력을 높여줄 터보차저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은 듀얼클러치가 상쇄한다. 빠른 변속으로 가속을 돕는다.
일단 터보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가속에 대한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오히려 오버 스펙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속 이후의 가속력이 대단하다. 플래티넘과의 차별점은 바로 이 것이다. 플래티넘이 2.0ℓ 자연흡기 엔진과 무단변속기로 부드러운 가속을 중시한다면 TCE는 1.6ℓ 터보와 6단 듀얼클러치가 만들어내는 힘찬 가속력이 매력이다.
승차감은 르노삼성차답다. 부드럽지만 물렁거리지 않는다. 노면의 굴곡을 잘 흡수한다. 플래티넘과 동일한 세팅으로, TCE가 고출력이라고 따로 손보지 않았다. 기술이 부족해서라기보다 해외에서도 더 높은 배기량, 출력에 동일한 서스펜션을 세팅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부드러운 하체여도 불안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특히 직진안정성이 뛰어나다. 고속에서 스티어링 휠을 잠깐 놓아도 차가 쏠리는 법이 없다. 곡선에서도 차를 잘 돌려 나간다.
브레이크는 SM7의 것을 사용했다. 플래티넘보다 출력이 높은 만큼 안정적인 제동을 위해 내린 선택이다. 덕분에 고속주행중 급정거를 해도 차가 안정감있게 멈춘다.
▲총평
작다면 작은 1.6ℓ 엔진을 얹었으나 그 실력은 녹록치 않았다. 성능에서 특별한 단점을 찾기 힘들었다. 반면 작은 엔진 덕분에 효율이 좋다. 복합 기준 ℓ당 13.0㎞로 쏘나타 2.0ℓ CVVL(복합 11.9㎞ℓ, ISG미장착)를 넘어선다. 그러나 소비자가 1.6ℓ 엔진에 갖고 있는 선입견은 상당히 두텁다. 성능이 상당함을 수치와 실제 움직임으로 보여줘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여전한 것. 가격도 저항이 꽤 심하다. 작은 엔진이니 차값도 싸야 한다는 식이다.
두 가지 걸림돌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르노삼성의 고민거리다. 이런 벽만 넘어서면 SM5 TCE는 국내 중형차의 새로운 시장을 열 제품으로 손색이 없다. 판매가격은 2,710만 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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