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조선민화박물관 천혜의 자원이 살아숨쉬는 강원도 영월은 빼어난 그 비경뿐 아니라 예술과 문화유적이 어우러진 다양한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2000년대초부터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한 박물관은 현재 20여 개에 이른다. 별마로천문대, 난고김삿갓문학관, 단종역사관, 동강사진박물관, 영월동굴생태관, 강원도탄광문화촌,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영월종교미술박물관, 쾌연재도자미술관, 호안다구박물관, 화석박물관, 묵산미술관 등등 일일이 다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박물관이 있다.
한 고을에 이렇게 많은 박물관이 있다면 다들 고만고만한 규모나 그저그런 수준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오산이다. 내용이나 규모면에 있어서 여느 박물관에 뒤지지 않는다. 뚜렷한 특징과 개성을 담고 있는 박물관의 이름만큼 전시된 소장품 하나하나가 눈길을 잡는다.
조선민화박물관도 그 중 하나다. 민화란 서민들의 솔직하고 소박한 삶의 모습이 담긴, 서민들이 그려낸 그림을 말한다. 이름난 화가가 그린 뛰어난 작품성과 세련미에 굳이 비교할 수 없지만 찌그러진 듯한 앉음새에 삐딱한 얼굴의 호랑이 그림, 말이 호랑이지 어눌한 표정이 고양이인지 호랑이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어수룩한 호랑이 그림에는 우리의 친밀한 정서와 소박한 생활이 담겨 있다.
민화는 서민의 삶 속에 폭넓게 자리잡은 생활문화였다. 우리 조상들은 세상에 태어나서 수복병풍 앞에서 백일 돌잔치를 벌이고, 강륜문자도 앞에서 천자문을 외었으며, 수줍은 듯 화려한 화조병풍 앞에서 첫날밤을 밝히고, 늙어 노안도 앞에서 손주들의 재롱을 봤으며, 생을 마무리하고 칠성판에 누워서도 모란병풍을 둘렀다. 그야말로 우리 삶의 통과의례를 모두 지켜온 동반자였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조선민화박물관은 조선시대 민화를 비롯해 고가구, 현대 민화 등 3,000여 점을 소장 전시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민화전문박물관이다.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된다’ 하여 옛날에 과거급제와 입신출세를 기원한 ‘어변성룡도’, 새해를 맞아 모든 액운과 잡귀를 내쫓고 기쁜 소식을 기원한 ‘작호도’, 다산과 풍요를 기원한 ‘어해도’, 부부의 화합을 기원한 ‘화조도’ 등 소박한 서민의 꿈과 사랑이 담긴 조선시대 민화 3,000여 점 중 180여 점을 상시 교환 전시하고 있다.
오복을 기원한다는 의미의 5마리의 박쥐 문양으로 장식된 장롱과 삿된 것을 물리치고 도둑을 막아준다는 물고기 모양의 백동열쇠가 달려 있는 반닫이 등 민화와 어울리는 서민의 애환이 담겨 있는 조선시대 다양한 고가구를 함께 전시하고 있다.
현대민화전시관에는 조선시대 민화의 맥을 잇고 선조들의 얼을 재현한 현대 민화작가 작품들이 전시됐다. 오늘날 조선시대 민화의 전통을 잇기 위한 현대민화가 재현되는 과정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곁들인 민화 그리는 순서별 모형, 사용안료와 도구 등도 선보이고 있다.
2층 전시실 안쪽에는 춘화방이 있다. 성인 관람객은 머쓱해하면서도 빼놓지 않고 관람하고 있는 인기 전시장이다. 옛사람들의 소박하고 솔직한 성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놓은 곳이다. 그런 만큼 19세 미만은 출입금지, 사진촬영 금지구역이다.
학생들을 위해서는 ‘민화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옛 민화의 본그림과 물감 등을 제공, 자신이 직접 민화를 그릴 수 있다. 또 여러 종류의 민화를 판화로 찍어갈 수 있는 민화판화찍기 체험이 가능해 ‘보는 박물관에서 체험하는 박물관’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찾아가는 요령
영동고속도로 남원주IC-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나와 영월방면 38번 국도를 탄다. 영월읍내-고씨동굴-고씨동굴에서 10km 직진하면 삼거리-김삿갓 유적지(김삿갓 묘역 방면) 내 자리하고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