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가 Q70을 내놨다. 기존 M세단으로 불렸던 차다. 새 명명 체계에 따라 세단 제품군의 코드네임인 "Q"를 부여하고, 중형이라는 의미의 숫자 "70"이 붙었다. 이름만으로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것. 물론 변화의 폭도 적지 않다. 특히 외관은 많이 달라졌다. Q50에서 시작된 새로움이 Q70에도 온전히 이식됐다.
사실 Q70은 한국 내 인피니티의 활동에 상당히 중요한 제품이다. 어느 회사건 한 제품만으로 실적을 끌어 올리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다. Q50이 인피니티 부활의 신호탄 역할을 해냈다면 다음은 Q70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제품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무거운 책임이 담겨 있는 인피티니 Q70 3.7ℓ 가솔린 후륜구동 모델에 올랐다.
▲디자인 앞모습의 변화가 극적이다. 인피니티의 기존 곡선 성향을 잘 품되 Q50으로 보여준 날카로움도 스며들었다. 전반적으로 Q50과 인상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중형 스포츠 세단의 느낌도 분명하다. 적어도 외관에 있어서는 이 차가 단순 페이스리프트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만큼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일명 모래시계 아치로 불리는 라디에이터는 차지하는 공간이 더 넓어졌다. 조금 더 고성능 세단에 다가선 기분이다. 최근 라디에이터 그릴 부위는 자동차에 있어 기능적인 면보다 디자인 효과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곤 하는데, Q70의 그릴은 기능과 시각 효과 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내비친다. 헤드램프 형상은 Q50의 그것과 거의 흡사하다. 인체에서 눈이 전체 인상을 결정하는 장기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왜 Q70과 Q50의 느낌이 비슷한 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안개등의 형상 변화도 주목된다.
측면은 바뀐 점이 없다. 기본적으로 롱노즈 숏&하이 데크인 인피니티의 공식을 잘 따랐다. C필러에서 크게 휘어지는 크롬바도 여전하다. 물결이 흐르듯 유려한 선들은 자칫 우락부락해 보일 수 있는 차에 부드러움을 가미한다. 후면은 리어램프 구성이 바뀌었다. 부메랑 모양의 반사판으로 독수리 머리 같은 느낌을 줬다. 다만 아쉬운 점은 트렁크 도어의 크기다. 조금 답답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실내 또한 변경점을 찾을 수 없다. 프리미엄 세단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고급"을 담았지만 최신 트렌드는 아니다. 겉와 속이 조금 따로인 듯한 기분도 든다. 수많은 버튼 역시 간결함과는 거리가 있다. 버튼이 많은 센터페시어 구성 역시 유행이 지난 스타일이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는 가죽으로 마감했다. 손에 닿는 촉감이 훌륭하다. 인조가죽이지만 천연가죽에 버금가는 질감을 구현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곳곳에 들어간 나무 트림도 원목의 느낌을 충분히 낸다.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트의 착좌감은 더할 나위 없다. 스포츠 세단 성격을 지향하지만 인피니티 M37의 주력 시장이었던 미국 소비자 성향을 반영한 덕분이다. 디자인이나 기계적인 부분은 유럽 성향이면서 승차감만은 미국 스타일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가 좋아할 부분이다.
▲성능 Q70 3.7ℓ 가솔린에는 앞선 제품과 마찬가지로 V6 3.7ℓ DOHC 24밸브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도 각각 333마력, 37.0㎏·m으로 변화가 없다. 변속기는 자트코가 제작한 7단 자동변속기다. 역시 기존 M37과 동일하다.
외관 변화만큼 성능도 변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부분변경이라도 차명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유럽형 디젤 제품이 서스펜션 보강으로 전혀 다른 거동을 하는 반면 미국형인 가솔린 제품은 같은 차라는 느낌이 확연하다. 주력 제품이 디젤이 아닌 가솔린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피니티가 가진 기본적인 신뢰가 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성능을 충분히 내며 달린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 출발 가속에서 한번 웅크렸다가 쭉 뻗어나가는 모습에서 기대는 현실이 된다. 호쾌하게 폭발하는 가속력이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일단 치고 나가면 속도 줄이는 일이 미안할 정도로 잘 달린다. 넘치는 힘을 바퀴에 즉각 전달할 뿐더러 민첩한 스티어링은 이 차가 스포츠 세단이라는 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닛산이 각종 스포츠카로 다져온 스포츠 주행의 정수를 잘 녹여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달리기에 있어선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고속으로 달려도 크게 불안하지 않다. 기존의 M37이 그랬고, Q70 역시 그런 장점이 도드라진다. 특히 시승을 했던 장소는 제주 서귀포시로 당시 바람이 풍속 6.5m/s의 건들바람(작은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정도)이었지만 순간 최대풍속은 12.8m/s의 된바람(큰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우산을 받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 고속 주행 시 휭풍(차의 옆면을 때리는 바람)으로 스티어링이 휘청거렸다. 운전 숙련도에 따라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지만 Q70은 잘 버티며 달려 나갔다.
이런 스포츠 성향은 곡선 주로에서도 어김없다. 차를 지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더욱이 시승 중에 강한 바람으로 도로변의 현수막이 찢겨 차 쪽으로 펄럭이는 아찔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는데, 순간적인 스티어링 조작에 뱀처럼 움직이며 위험을 회피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놀랐지만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나아갔다.
주행모드는 네 가지를 지원한다. 스포츠, 에코, 스노우, 오토 등이다. 모드에 따라 엔진 스로틀, 변속 타이밍, 스티어링 휠 반응이 조금씩 다르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스포츠 모드를 통해 상쇄가 가능하다. 다만 소비하는 연료는 더 늘어난다. 소음은 굉장히 잘 차단됐다. 강한 바람 속에서도 실내는 조용하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에 포함된 노이즈 캔슬러 덕분이다. 참고로 미국 회사인 보스는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으로 유명하며, 인피니티에 가장 최신의 오디오 기술을 접목한다. 오디오 만큼은 같은 보스의 아우디나 포르쉐보다 인피니티가 우선이다.
▲총평 Q70은 이미 잘 만들어진 차다. M37이 그랬고, 이를 그대로 이어받은 차가 Q70이어서다. 외관의 변화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고, 실제로 시승 중간 기착점에서 만난 일반 소비자는 "이 차가 어떤 차냐?"는 말로 관심을 대변했다. 시승 중에 기존 M37을 마주하기도 했는데, 서행하고 있어서 상대 운전자가 한참 동안 Q70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봤다. 기존 소비자와 새로운 소비자에게 모두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닐 수 없다.
제주=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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