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2.5→0→15%, 미국 수출차 관세의 널뛰기

입력 2025년08월04일 14시35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한국으로 올 때는 8→4→0%

 

 1980년대 중반 한국차가 미국에 수출될 때 미국이 부과한 관세는 2.5%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한국차의 미국 수출이 늘어나자 미국 내 빅3 등의 항의로 무역 불균형 얘기가 흘러나왔다. 미국 정부는 통상법, 이른바 슈퍼 301조를 들고 나오며 한국이 미국산 수입차에 부과하는 관세 8%는 부당하며 자동차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했다. 한국의 모든 정책이 국산차 위주여서 상대적으로 수입차가 불공정을 겪는다는 점도 불만 삼았다. 결국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며 통상 협상을 마무리 지었고 이때 관세율은 지켜냈다. 다만 7단계였던 자동차세 기준 배기량을 5단계로 줄이고 자동차 특소세 30% 감면을 8년간 연장했다. 상대적으로 3,000㏄ 이상에 집중된 미국산 자동차 세금 축소로 종결지은 셈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압박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한국차의 미국 수출이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했던 탓이다. 1990년대 중반 20만대에 달했던 미국 수출은 2000년에 47만대를 돌파했고 1차 FTA 타결 직전인 2005년에는 73만대로 급증했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판매는 2만대를 넘지 못했다. 결국 미국은 한국과 FTA를 체결하며 한국의 자동차 관세 8%를 4%로 끌어내렸고 이후 나머지 4%를 0%로 만들었다. 반대로 한국 또한 미국이 부과하는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내 수입 관세 2.5%를 5년 후 0%로 내리는 것에 합의했다. 일정 기간을 두었지만 두 나라 모두 자동차(승용차)는 0% 합의에 도달한 셈이다. 

 

 그러자 한국의 미국 수출은 또다시 빠르게 증가했다. 미국이 부과한 2.5%의 관세가 사라지며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현지 공장 가동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수출량이 증가하며 미국 내 한국차의 위상이 높아졌다. 이를 문제 삼은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1기 집권 때 자동차 부문은 한국이나 일본 모두 미국과 불공정을 하고 있다며 다시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고 실제 대통령에 오르자 재협정을 들고 나왔다. 재협정을 하지 않으면 자동차 관세를 25% 부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 결과 미국은 빅3 등이 주력하는 승용형 픽업트럭을 포함한 트럭 관세 부과를 10년 추가 연장했고,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한국에서 별도 안전기준을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배출가스 부문도 고배기량 중심의 미국산 자동차에 유리하도록 개정하는데 합의했다. 한국은 픽업트럭 수출을 포기하는 대신 승용 부문 관세율 ‘0% 유지’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때 한국 기업이 생각했던 것은 현지 생산 확대다. 무기로 싸우는 게 실제 전쟁이라면 관세는 무역 전쟁 도구이고, 이는 정치적으로 집권 세력이 바뀔 때마다 활용될 수 있는 항목임을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에 공장을 추가로 짓고 본격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선 것도 결국은 관세 위험 부담 최소화 전략인 셈이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트럼프 2기에 이르자 0% 자동차 관세가 다시 15%로 대폭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산 수입차에 적용하는 관세는 0% 그대로다. 한 마디로 ‘15:0’이어서 관세는 불공평하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에 완성차를 팔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숫자상으로 워낙 작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미국에 완성차를 내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 현지 생산은 물론 국내 생산 수출의 절반을 미국이 흡수해주고 있어서다. 그러니 ‘15:0’이 불공평이라고 얘기하면 미국은 ‘무엇이 불공평이냐?’고 맞받는다. 한국이 수출하는 자동차 대수가 많은 게 오히려 공정하지 못하다고 반박한다.

 

 그래서 자동차 이야기만 나오면 한국은 미국 요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수출 비중이 그만큼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산업을 희생시킨다. 트럼프 1기 때는 가전과 철강이 타격을 받았고 농산물도 일부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부 차원에서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쉽게 보면 돈으로 자동차 관세 부담을 낮춘 격인데 그만큼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산업이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를 먹어도 자동차를 지키기 위해 한국이 참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한국과 미국이 일자리를 맞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