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멈춰 선 법인택시, 현실적으로 봐야한다

입력 2025년08월20일 08시3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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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허 활용 아이디어 쏟아지지만...

 

 지난해 7월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법인택시 숫자는 모두 2만2,600대 가량이다. 이 가운데 5,810대가 공식적으로 멈춰 선 휴업 택시다. 25.7% 가량이 마냥 보관되며 하루하루 제품 가치가 하락하는 중이다.
 

 

 이유는 단 하나, 운전자가 없어서다. 그래서 법인택시 사업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운수업의 본질을 고려할 때 운행 없는 택시는 손실 덩어리다. 이때 손실은 운행 가능한 택시가 메운다. 그래서 사납금을 높이면 운전직 종사자는 개인택시로 갈아타거나 다른 회사로 떠나 버린다. 그 결과 법인 택시 휴차 대수는 더욱 늘고 법인 사업자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해결 방안으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제시된다. 먼저 리스제를 하자고 한다. 택시회사가 운전자 개인에게 독점적인 운송영업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운전자는 개인택시처럼 법인택시를 독점적으로 운행하고 택시회사에 일정 비용을 내면 된다. 굳이 개인택시 면허를 살 필요가 없어 초기 비용 부담이 없다. 그러자 개인택시 사업자는 즉각 반발한다. 당연히 면허 가치 하락이 뒤따르는 탓이다. 

 

 그래서 등장한 대안이 법인면허 2대와 개인면허 1대의 맞교환이다. 법인택시 사업자가 면허 2대를 자치단체에 반납하면 개인택시 면허 1대를 증차시켜 준다. 개인택시 증차로 면허 가치 하락이 수반되지만 오히려 개인택시는 반긴다. 제도 시행이 계속되면 도로에서 법인 택시가 사라지고 이때 개인택시 면허 가치는 가파르게 오를 수 있어서다. 게다가 인구 고령화와 수명 증가로 개인택시 진입자는 여전히 넘쳐난다. 국토부와 서울시도 법인과 개인의 면허 맞교환에 동의하며 일단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인택시 전체를 개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자치단체 입장에서 위험하다. 개인택시는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이동 수요가 급증할 때 수요 대응이 쉽지 않다. 한 마디로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일하기 싫을 때는 하지 않는다. 일하기 싫은 사람이 많아지면 시민들의 이용이 불편해진다. 따라서 면허 가치 교환에는 적절한 수요 조절이 필요하다. 

 

 휴차를 겨냥한 아이디어는 로보택시로 이어진다. 어차피 운전자가 없다면 차라리 법인택시 사업자의 택시를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로 운행하자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개인택시는 이를 반대한다. 마찬가지로 면허 가치 하락 우려 탓이다.

 

 그런데 법인 사업자는 로보택시 전환이 개인택시에게 분명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개인 또한 로보택시로 바꾸면 굳이 일하지 않아도 소득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운행 사업자가 면허 소유자의 면허를 임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면허는 매월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장치가 되고, 심지어 자녀에게 양도할 수도 있다. 모아진 재산을 물려주는 게 아니라 소득 창구를 대물림하는 셈이다. 한 마디로 개인택시 면허 가치의 극대화가 뒤따른다는 얘기다. 

 


 

 휴차를 심야 소형 택배로 활용하자는 방안도 나온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 방지를 위해 심야 택배를 자제하는 대신 야간에만 휴차 택시 운행을 허용해 여객은 물론 소형 택배용으로도 쓰자는 방안이다. 어차피 서로 업무 시간이 겹치지 않는다면 25㎏ 이하 택배 물건은 세단 택시로도 얼마든지 나를 수 있어서다.

 

 물론 이때는 차고지 주변 지역을 우선한다. 규제 샌드박스 통해 실증을 해보자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더불어 면허만 활용해 단거리 셔틀 택시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이렇듯 멈춰 선 법인택시를 어떻게든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는 쏟아진다. 하지만 이때마다 가장 우선하는 것은 개인택시의 면허 가치다. 가치 하락이 수반되면 개인택시는 모든 걸 반대한다. 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개인택시만 남아 이용자는 불편해지고 고령 운전자 사고 위험에 승객은 무방비로 노출된다. 복잡한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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