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아우디, 옛 전성기로 부활 가능할까? A5로 답하다

입력 2025년08월25일 10시55분 박홍준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프리미엄 전용 PPC 플랫폼으로 새출발
 -존재감 옅어졌지만 여전히 고급스러워
 -무난함조차 특별해진 시대, 여전히 매력적

 

 우리는 아우디를 잊고 있었다. 한 때 시장을 주름잡고 두각을 나타내던 브랜드 였지만 라이벌이 늘어나면서 잠시 잊혀졌고 밀려난 자리는 제네시스, 렉서스, 볼보가 꿰찼다. 그래서 그럴까. 이번에 만난 A5는 반가움과 동시에 묘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렇게 매력적인 차가 왜 잊혀졌을까. 그리고 왜 다시 돌아보게 만들까. A4와 A5를 아우르는 통합 후속 차종이라는 점 까지 생각하면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되었어야 할 차고 그럴만한 가격이 있는 찬데 말이다. 

 


 

 ▲디자인&상품성
 폭스바겐, 스코다, 세아트와 공유하던 MQB 플랫폼을 과감히 내던지고 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만을 위한 PPC 플랫폼으로 갈아탔다. 뼈만 바꾼건 아니다. 디자인은 아우디 브랜드 정체성을 잘 살리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면은 단정하면서도 날카롭다. 새 2D 로고가 차체 한가운데를 단단히 붙잡고, 싱글프레임 그릴은 이전보다 면적은 작아졌지만 새로운 비율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승차는 S라인 블랙에디션. 과한 크롬을 덜어낸 자리는 블랙 포인트로 대체한 덕분에 매끈한 표면감이 강조된다. 얇게 다듬어진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날카로운 눈매 같고 시동을 걸면 웰컴 세레모니가 작은 연극처럼 펼쳐진다. 그 순간만큼은 단순한 세단이 아니라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보인다.

 


 

 측면은 여유롭다. 전장 4,835㎜, 전폭 1,860㎜, 전고 1,455㎜로 커진 차체가 안정적인 비율을 만들어낸다. 루프라인은 쿠페처럼 매끈하게 떨어지고 블랙 아웃 처리된 필러가 차체와 일체감을 준다. 단순히 길고 낮은 차가 아니라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스포티한 우아함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휠은 18인치부터 20인치까지, 시승차는 20인치 휠을 끼고 있다. 

 

 후면은 실용성과 화려함이 묘하게 섞여 있다. 유리까지 함께 열리는 전면 개방형 테일게이트는 적재 편의성을 크게 높였고 동시에 쿠페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디지털 OLED 테일라이트는 무려 8가지 패턴으로 연출되는데 주행 상황과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빛은 뒤에서 바라보는 즐거움마저 만든다. 단정하면서도 반짝이는, 실용적이면서도 스포티한 이중성이 후면에 응축돼 있다.

 





 

 실내에 앉으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투명도를 6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스위처블 파노라믹 루프는 단순한 선루프가 아니다. 햇빛의 강도와 무드에 따라 차분하게 빛을 걸러내기도 하고 완전히 투명해져 개방감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아우디를 두고 혹자는 '조명회사' 라는 농담섞인 말 까지 하는데 조명이 아니라 빛 자체까지 다룰 줄을 안다. 

 

디지털 경험은 한층 풍성해졌다. 11.9인치 버추얼 콕핏 플러스, 14.5인치 MMI 터치 디스플레이, 10.9인치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이어지며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를 완성한다. 조수석에서 각종 서드파티 앱을 즐길 수 있고 운전자 대신 내비게이션이나 미디어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성능
 A5 40 TFSI 콰트로의 파워트레인은 2.0ℓ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4.67㎏·m를 낸다. 7단 S트로닉 변속기와 콰트로 사륜구동 시스템이 맞물려 네 바퀴에 힘을 전달한다. 수치만으로는 평범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달려보면 그 이상의 안정감이 있다.

 


 

 콰트로의 강점은 여전하다. 노면이 거칠어도 도로를 움켜쥔 듯 붙어 나가고, 스티어링을 돌리는 만큼 정직하게 따라온다. 때로는 후륜 조향이 달린 듯한 민첩함마저 느껴졌다. 와인딩 로드에서는 신뢰를 주는 차, 바로 그 본질을 보여준다.

 

 가속 성능은 일상에서 충분하지만 재가속에서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다. 코너를 탈출하고 페달을 깊게 밟으면 약 1초 남짓의 공백이 생기는데, 직관적인 반응을 원하는 이라면 답답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기어를 S 모드에 두고 주행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설정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변속은 짧아지고 반응은 직설적이며 엔진은 숨겨둔 힘을 시원하게 풀어낸다.

 




 

 주행 보조 시스템은 놀랍도록 디테일하다. 앞차와 옆 차선의 차량은 물론, 모터사이클과 도로 표지판까지 감지해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클러스터에 표시해 준다. 마치 자율주행차의 시각을 잠시 빌려 쓰는 듯한 경험이다. 하지만 정작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은 빠져 있다. 이제는 소형차에도 기본처럼 들어가는 기능인데 A5에서는 느낄 수 없다는 게 의아하다. 연식 변경에서 반드시 보완되길 바란다.

 

 승차감은 ‘고급차답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면서도 차체가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는다. A4를 마지막으로 시승한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전용 플랫폼을 탑재했다는 말을 수긍할 수 있을 만큼 매끄러운 주행 질감이 인상적이다. 

 


 

 ▲총평
 아우디 A5 40 TFSI는 단순히 중형 세단의 하나가 아니다. MQB 시대를 마감하고 프리미엄 전용 플랫폼 PPC를 바탕으로 태어난 새로운 시작이다. 일부 아쉬운 구성도 느껴지지만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를 고려하면 썩 무난하다. 혹자는 무난하다는 게 나쁘다고 느낄 지 모르겠지만 무난한 평가를 받는게 어려워진 시대다. 중요한 건 우리가 잊고 있던 아우디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는 사실이다. 

 

 아우디 A5 40 TFSI의 가격은 5,789~6,771만원.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