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감각으로 거듭난 완전변경 BEV
-포르쉐 특유의 주행 완성도는 여전해
포르쉐 입문형 라인업인 마칸이 순수 전기차로 거듭났다. 완전변경을 거치면서 파워트레인을 통째로 바꿨고 여기에 맞춰 차의 크기와 성격, 감각까지 전부 뜯어고쳤다. 다소 파격적인 선택인데 결과는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단순 입문형이라고 하기에는 차별화된 매력과 완성도가 뛰어나고 자꾸만 생각나게 한다. 무엇보다도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마칸 4는 손에 잡힐 듯 더욱 짙은 유혹을 앞세운다.
▲디자인&상품성
이전 마칸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요소들로 가득하며 오히려 타이칸과 맥을 같이한다. 그만큼 신선하고 인상적인 첫 모습을 보여준다. 위쪽에는 4개의 포인트로 이뤄진 주간주행등이 위치하고 헤드램프는 범퍼 쪽으로 옮겨 달았다.
번호판 아래 공기흡입구는 생각보다 큰 편이며 각종 레이더 센서도 위치한다. 또 에어로 다이내믹을 위해 두툼한 스플리터도 장착했다. 이 외에 볼록 튀어나온 펜더와 완만하게 떨어지는 보닛 등은 여전히 이 차가 포르쉐 핏줄 진한 패밀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측면의 생김새도 사뭇 색다르다.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결과 차체 형상도 이전의 마칸과는 선을 긋는다. 대표적으로 C-필러와 루프 라인이다. 트렁크 끝단까지 한 번에 큰 곡선을 그리며 내려 앉은 것. 듬직하면서도 미적 감각이 훌륭한 포인트가 된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 몰딩으로 이루어진 휠 아치, 마칸을 상징하는 도어 아래쪽 장식 등이 눈에 들어온다. 시승차는 22인치 휠을 탑재했는데 예전 클래식 포르쉐의 휠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전해진다. 물론 휠은 20~22인치까지 입맛에 맞게 다양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 충전 포트는 뒤에 위치하며 오른쪽은 완속, 왼쪽은 급속을 지원한다.
뒤는 신형다운 맛을 가장 잘 살렸다. 먼저, 전자식 리어 스포일러다. 평소에는 깔끔하게 숨어 있지만 속도에 맞춰 스르륵 올라간다. 룸미러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고 바깥에서 봤을 때는 숨이 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훌륭한 구성이다. 이 외에 가로로 긴 테일램프와 포르쉐 양각 레터링은 하나의 유광블랙 패널로 묶었다. 덕분에 차가 더 깔끔해 보인다. 군더더기 없는 트렁크 라인에는 마칸 4 필기체만 위치하고 범퍼 디자인도 생각보다는 수수하다. 이 역시 타이칸에서 봤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실내는 수평과 수직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최대한 간결하게 꾸몄다. 버튼류를 최소화하고 디지털 요소를 대거 확대한 것. 커브드 계기판은 구현하는 정보의 양이 상당하고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속을 채우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좋아졌다. 새로운 타일 구조의 그래픽과 설정하는 것에 맞춰서 구현되는 애니메이션 효과도 매력적이다. 그만큼 주행 중에서도 쉽게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며 직관성 또한 높아졌다.
센터 터널은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브릿지 형태로 공간 분리를 해 놓았는데 입구가 넓어 웬만한 짐도 쉽게 넣고 뺄 수 있다. 컵홀더의 사이즈도 매우 큼직해 흔들릴 걱정이 없다. 요즘 전기차들은 센터터널 중앙에 놓여있던 변속기 자리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인데 그 중에서 마칸은 가장 만족스러운 쓰임새를 보여줬다.
편의 및 안전 품목은 오너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시승차는 대부분의 옵션을 추가했으며 통풍 시트와 스포츠 크로노, 보스 사운드 시스템,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 18웨이 전동시트, 투톤 컬러 인테리어와 가죽의 양도 아낌없이 둘렀다. 이와 함께 조명의 역할도 한 층 진보를 거쳤다. 안전 기능과 연동해 옆에서 차가 오거나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면 다른 색으로 점등되며 경고를 준다. 일부러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용했다.
2열은 차의 크기와 급을 생각하면 무난하다. 무릎과 머리 위 공간 전부 적당한 사이즈를 제공하며 큰 불만이 없다. 반면, 1열의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시트의 두께가 제법 두꺼워 전방 시야를 다소 가리는 건 아쉽다.
큼직하게 뚫려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로 위안을 받는다. 전용 송풍구와 열선 시트 버튼, USB C-타입 단자, 컵홀더겸 팔걸이 등이 마련돼 있다. 이 외에 네모 반듯한 트렁크는 열리는 면적이 크고 수납력이 좋다. SUV의 이점을 극대화한 모습이며 심지어 앞쪽 보닛에도 별도의 공간이 있어 짐을 싣는 데에는 부족하지 않다.
▲성능
시승차인 마칸 4는 최고출력 408마력(300kW)을 발휘하고 66.3kg·m의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5.2초면 끝이 나고 안전 최고속도는 220km/h다. 일반 노멀 모드에서 초기 응답성은 매우 부드럽다.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리고 담백하게 전진한다. 자극을 최대한 줄였으며 전기 에너지 특유의 강한 느낌도 쉽게 받기 힘들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꾸준히 속도를 전개할 뿐이다. 물론 계기판 속 바늘은 운전자가 생각하는 숫자보다 훨씬 높은 곳을 가리키지만 고속으로 향하는 과정만큼은 차분하다. 모두가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게 노력한 세팅의 흔적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렇다면 400마력이 넘는 출력과 66 토크는 언제 느낄 수 있을까?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호쾌하게 튀어나간다.
오른쪽 발 끝에 힘을 주는 양에 따라서 차도 움찔거리며 달려나갈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나서 깊게 페달을 밟으면 한번에 훅 하고 순간이동 한다. 탄력이 붙으면 거침없이 고속 그 이상의 영역으로 차를 올려놓고 흥분을 자극한다. 기본형의 실력이 이정도라고 생각하니 다시한번 놀랍고 대단하다.
포르쉐다운 감각은 스포츠 플러스에서 드러난다. 묵직해진 스티어링과 딱딱한 서스펜션 감도가 곧바로 전달되고 리스폰스는 훨씬 예민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코너를 돌아 나간다. 칼 같이 움직이며 코너를 통과할 때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만족스럽다. 키 큰 해치백을 모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고 SUV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
여기에는 새 플랫폼의 이점이 크다. 전기차 전용 뼈대를 바탕으로 저중심 설계가 가능했던 것. 실제로 운전석과 조수석의 시트 포지션은 최대 28mm 낮아져 더욱 스포티한 감각을 제공한다. 레그룸이 늘어난 2열 시트의 포지션도 최대 15mm 내려갔다. 전체적으로 잘 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입문형 전동화 SUV도 포르쉐 정신 하나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밸런스가 좋다 보니 하염없이 와인딩 로드를 질주했다. 그럼에도 주행가능거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참고로 전기 모터는 차체 하부에 탑재한 리튬이온 배터리로부터 총 100kWh 용량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최대 95kWh를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고전압 배터리는 포르쉐가 새롭게 개발한 프리미엄 플랫폼 일렉트릭(PPE)의 핵심 기술로 800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마칸 4가 1회 충전 시 인증 받은 주행거리는 최장 454km다.
그런데 실제 주행을 했을 때는 500km를 거뜬히 넘겼다. 열 회수 능력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다운 힐이나 고속 주행에서는 배터리가 쉽게 차올랐다. 또 도심 구간에서 효율에 집중한 주행을 하면 기대 이상의 전비를 기록하며 주행거리가 내려가지 않았다. 달리는 것만 잘하는 게 아닌 멈춰 세우고 다시 회수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마지막으로 주행보조 기술 이야기다. ‘포르쉐 드라이버 익스피리언스’에는 최초로 증강현실기술을 적용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내비게이션 화살표와 같은 가상의 시각적 요소들이 실제 주행 환경과 매끄럽게 통합되는 게 특징이다.
운전자는 전방 10미터 앞에 87인치 디스플레이 크기에 해당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직관적인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앞 차와의 거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차선을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 증강현실로 보여주는데 무척 신선했다. 운전에 대한 집중이 저절로 높아지고 차에 대한 믿음과 안전한 주행 실력은 절로 커진다.
▲총평
마칸 4는 1억500만원 대부터 시작한다. 포르쉐에서 구입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금액대를 가진 차이며 대부분의 기능과 옵션을 기본으로 제공해 상품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한편으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 전기 SUV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려 노력한 포르쉐코리아의 진심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 마칸 4는 충분히 그 이상의 가치를 드러내며 만족을 이끌어냈다. 신형다운 매력이 상당한 디자인과 구성은 물론 완성도 높은 플랫폼, 파워트레인 조합까지 흠잡을 부분이 없다. 여기에 포르쉐다운 주행 퀄리티를 맛보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수 있다. 포르쉐 오너로 들어가기 위한 첫 차로 손색없으며 고급 전기차를 경험하고 싶다면 마칸 4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