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 엔지니어링 전문 분야 공부
-관련 실무 경험도 유리하게 작용해
“F1 더 무비를 보고 F1 엔지니어의 꿈이 생겼습니다.”
조용하던 내 소셜미디어 인박스에 최근 들어 영화 F1에 매료된 청년들의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 그들의 공통된 질문은 단 하나, “F1 엔지니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다. F1 엔지니어를 준비하는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앞장서서 알려주는 이도 없으니 즉답에 익숙한 청년들의 답답함이 충분히 짐작된다.
F1은 레이스카와 드라이버의 전쟁터 만이 아니다. 레이스카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엔지니어들의 전쟁터이기도 하다. 레이스카 제작과 운용에는 기계설계, 공기역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엔지니어링 팀이 필요하며, 이들의 역량이 모여 레이스카의 성능과 운명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모터스포츠를 향한 열정이 막 타오른 철수가 F1 엔지니어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대부분의 F1 엔지니어는 대학에서 기계, 자동차, 항공, 전기전자 등의 공학을 전공하며 시작한다. STEM 분야 상위권 대학의 학위는 매우 중요하게 인정된다. 특히 전산유체역학(CFD)이나 모터스포츠 엔지니어링과 같은 전문 분야를 공부하면 큰 장점이 된다. 국내 대학이나 대학원 학위보다는 영국이나 유럽의 자동차 특성화 과정 학위가 F1 채용에서 유리한 것도 분명하다. 실제로 F1에는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임페리얼 칼리지, 크랜필드, 러프버러, 옥스퍼드 브룩스 등 영국 대학 출신 엔지니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F1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실무 경험도 필수다. 많은 지망생이 Formula SAE 등 학생 모터스포츠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는다. 그 외 다른 모터스포츠 경력이나 로드카 엔지니어링 경험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경험은 차 설계, 제작, 테스트, 데이터 분석 등 F1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실무 능력을 제공한다.
또한 F1 엔지니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SolidWorks, CATIA, ANSYS 같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MATLAB, Python, R 등의 데이터 분석 도구, 실시간 차 데이터를 분석하는 텔레메트리 시스템 활용 능력은 F1에서 필수다. 코딩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행도 많다. 무엇보다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고 압박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능력은 학습으로 길러지기 어렵다.
최근 F1 엔지니어 채용은 전략적 네트워킹과 인턴십 경험을 중시한다. 그래서 레드불, 메르세데스, 페라리 등 F1 팀에서 운영하는 주니어 엔지니어 프로그램이나 졸업생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산업 컨퍼런스와 워크숍에 참여해 본인의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소개하고 도메인 내 인맥을 쌓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F1에서 활용되는 기술은 자동차 엔지니어링의 핵심 기술이다. F1 에선 미지의 기술을 탐구하는 연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레이스카에 필요한 자동차 기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능숙하게 활용하는 사람이 가장 매력적인 인재이다. F1 엔지니어가 되는 길은 열정, 인내, 실력이 요구되는 여정이다. 탄탄한 공학 기초, 실무 경험, 기술 역량, 네트워킹, 학습 자세가 모두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의 성능을 지배하고 모터스포츠 역사에 흔적을 남기는 기회를 얻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김남호 F1 동력학 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