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릴 아비테불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총감독
-재키 익스 GMR 레이싱 어드바이저
제네세스 마그마 모터스포츠를 이끌고 있는 시릴 아비테불 총감독과 재키 익스 GMR 레이싱 어드바이저를 지난 10일 독일에 위치한 제네시스 스튜디오 뮌헨에서 만났다. 지난해 가을 두바이에서 제네시스 모터스포츠 진출을 알리고 올해 상반기에는 르망 24시 LMP2 클래스에 출전해 경험도 쌓은 상황에서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은 자신감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내년 하이퍼카 클래스에 대한 준비 과정과 제네시스 마그마에 대한 믿음, 사람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인재 양성에 대한 의지 등 폭 넓은 부분에서 모터스포츠를 통한 브랜드 발전과 애정을 표련했다. 다음은 제네시스 마그마를 이끌고 있는 두 핵심 인물과 나눈 일문일답.
<-좌 : 재키 익스 GMR 레이싱 어드바이저>
-올해 르망 LMP2 피드백이 어땠는지? 내년 하이퍼카 클래스 어느 정도 상황이 진척됐는지?
(시릴 아비테불) “LMP2의 목적은 일종의 내년을 대비하기 위한 사전 테스트 성격의 ‘스프링 BoP(Balance of Performance)’ 역할을 하고 동시에 워밍업을 하는 데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드라이버들을 테스트하고 훈련시키며 팀원들을 훈련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난 12년간 랠리에서 활동하다가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서킷 레이싱으로 전환해야 했기 때문이다. 올바른 플랫폼이 없이는 이런 전환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LMP2 플랫폼의 핵심 목적은 바로 사람을 키우는 것이었다. 드라이버와 팀원들을 육성하는 과정이었다.
실제로 우리는 드라이브라인, 차 시스템, 소프트웨어, 엔진 맵핑과 보정 등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 차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오레카(ORECA)와 같은 전문 공급업체와 협업을 하고 있는데 아주 좋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개발 상황에 대해 묻는다면 지금은 ‘초기 단계’라는 말 밖에 드릴 수 없다. 다만 드라이버들의 피드백은 매우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밸런스’이다. 레이싱카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균형 잡힌 차를 만드는 것이고 그것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 특히, 장거리 레이스에서는 컨트롤이 핵심인데 지금까지 받은 피드백은 모두 그 방향에 부합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할 일이 많다. 모터스포츠는 점점 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하고 있고 우리도 그 부분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재키 익스) “조금 더 덧붙이자면 사실 이 소프트웨어에는 18개의 화면이 있다. 그만큼 복잡하다. 혹시 포뮬러 1과 장거리 레이스의 차이에 대해 흥미가 있을 지 모르겠는데 지금의 내구 레이스는 사실상 ‘포뮬러 1을 24시간 동안 곱하기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은 ‘내구(Endurance)’ 레이스지만 오늘날은 오히려 스프린트 레이스에 가깝다. 24시간 동안 또는 1,000km 동안 ‘풀 스로틀’로 달려야 하는 것이다. 타협은 없다. 과거에는 차 내구성이 가장 큰 과제였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차가 완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성격이 달라졌다. 이제는 모두가 ‘정확한 악보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처럼 움직여야 하는 시대이다.
앞서 시릴이 언급했듯 팀워크와 사람 간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모두가 잘해야 하고 모두가 기대에 부응해야 하지만 개인의 자존심보다 우선되는 단 하나의 목표는 ‘우승’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상황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제는 분 단위, 초 단위가 아니라, 때로는 0.1초나 0.01초의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 이런 모든 노력의 합이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한국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시릴 아비테불) “지금은 출발점이지만, 분명한 의지가 있다. 단순히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첫 번째로 중요한 건 ‘인재’이다. 여기서 인재란 엔지니어, 기술자, 드라이버를 모두 포함한다. 이들을 키워내야 하고 이를 위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한국 내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어 인재를 양성하고, 젊은 드라이버들을 발굴하는 스카우팅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과거 중국에서 비슷한 과정을 경험했는데 예산과 시간이 들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또 우리가 가진 자산 중 하나가 ‘페스티벌’ 같은 이벤트이다. 이는 모터스포츠 저변을 넓히고 경제 활동과도 연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결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인재를 찾고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는 한국을 모터스포츠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레이스카를 보면 이름이나 컬러 등에서 분명히 ‘한국적인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활동하는 이벤트나 무대에서 한국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모터스포츠를 더 넓은 대중에게 알릴 방법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서울 도심에서 이런 레이스카를 직접 보여준다든지 혹은 ‘Drive to Survive’ 같은 콘텐츠를 한국 시장과 한국 관객을 위해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모터스포츠 문화와 열정을 키우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내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어 인재 양성할 것”
-한국인 드라이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
<시릴 아비테불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총감독>
-모터스포츠 차를 통해서 일반 양산차에 이식하고자 하는 기술, 콘셉트 등이 무엇인지?
(시릴 아비테불) “사실 모터스포츠 기술을 양산차에 이식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내구 레이스는 조금 특별하다. 다른 어떤 카테고리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그 작업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뮬러 1에서는 모터스포츠에서 개발된 기술을 그대로 양산차에 적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내구 레이스에서는 오히려 진정성 있게 그런 기술을 옮겨올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네 가지 개발 영역이 있는데, 1단계에서는 내연기관(ICE)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2단계에서는 하이브리드 개발로 옮겨갈 계획이다. 이 부분은 실제로 대량 생산에도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우리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경량 소재, 이온 효율,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통합 같은 부분이 있다. 몇몇 분야는 분명히 협력과 기술 이전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이전하는 게 아니라 모터스포츠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있다. 모터스포츠에서 성장한 인재들이 남양 R&D 센터에서 새로운 전문성과 방법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12개월 만에 차를 개발할 수 있다. 현재 양산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 새로운 규제와 소비자 요구, 그리고 경쟁사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는 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데 이 부분이야 말로 모터스포츠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다.
매년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고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며, 새로운 안전 기준이 적용된다. 모터스포츠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사실 이 점은 현재 자동차 산업이 가고 있는 방향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재키 익스) “우리가 가진 장점은 미래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과의 소통도 그렇고, 언젠가는 한국 드라이버가 이 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아이디어도 있다. 실제로 지금 레이싱 현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 몇 명 있다. 만약 챔피언이 나온다면 분명히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언젠가 한국 커뮤니티 출신의 드라이버를 초청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미스터 르망'이라고 불리는 재키 익스가 합류한 지도 시간이 흘렀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에 대해 소회가 어떤 지?
"과거에 마즈다 팀에 합류해 로터리 엔진을 기반으로 전략가 역할을 맡았던 적이 있다. 당시에도 비슷한 도전이 있었지만 마즈다는 로터리 엔진을 통해 미래 가능성을 보여주려 했다. 다만 너무 복잡한 기술이었다. 그럼에도 일본 브랜드인 마즈다는 당시 토요타가 이루지 못했던 르망 우승을 달성했고 몇 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나 역시 같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 물론 항상 성공한다고 말할 수는 없고 내구 레이스나 다른 여러 형태의 레이스에서는 늘 의문이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모터스포츠 철학에 대해 나름의 태도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사람’이다. 나는 그것을 확신한다.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관심과 정성을 쏟을 수 있느냐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공유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것이 없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사실 그것은 이미 대한민국이 지니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에게 큰 영감이 된다"
뮌헨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