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끝은 또 다른 시작, F1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간다

입력 2025년11월10일 08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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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5회 남은 2025 F1 시즌.
 -내년 준비하며 기술 노하우 터득

 

 10월 말은 각 팀의 엔지니어링 부서가 가장 분주해지는 시기다. 이 무렵 대부분의 팀은 현재 운용 중인 차 개발을 완전히 멈추고 다음 시즌 차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F1 팀이 지금의 차 개발을 중단한다는 것은 자원, 기술 역량, 인력 배분의 방향을 전환하는 전략적 결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개발 전환’이라 불리며 시즌 후반부에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

 



 

 팀들이 여전히 챔피언십 경쟁을 이어가면서도 개발을 멈추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정된 자원을 미래 세대 차에 투입하는 것이 훨씬 높은 수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올해 컨스트럭터 챔피언 자리를 확정한 맥라렌의 경우 현 시점에서 2025년형 차 개발을 이어갈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그 뒤를 따르는 팀들은 어떨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기역학 계수 0.1(업계에서는 이를 ‘10 포인트’라 부르며, 이는 상당한 성능 증가 폭이다)을 높이는 데 수 주가 걸리지만 차기 시즌을 위한 새로운 설계 작업은 즉각적인 효율 향상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F1은 풍동 설비를 이용한 공기역학 실험 시간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성적이 좋은 팀일수록 풍동과 시뮬레이션 시간이 더 줄어들기 때문에,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 즉 다음 시즌 개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개발이 중단되면 조직 내부에도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설계 및 R&D 부서는 다음 시즌 혹은 새로운 규정 체제에 맞춘 차량 설계로 전환한다. 제작 라인은 기존 업그레이드 부품 생산을 멈추고 차세대 섀시용 프로토타입 부품 제작에 들어간다. 레이스 엔지니어링 팀은 새로운 보디워크를 주문하는 대신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스펜션 세팅, 타이어 관리, 하중 배분 최적화 등에 집중하며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의 포인트를 노린다.

 

 현재 사용 중인 파워유닛은 2026년 규정 변경 시점까지 동결 상태이기 때문에 성능 증가의 여지는 거의 없다. 따라서 엔진의 핵심 구성요소(내연기관, 터보차저,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는 변경할 수 없으며 대신 냉각 효율, 패키징 등 부가적 성능 개선에 주력한다. 물론 끝까지 업데이트를 이어가는 팀이 있을 순 있다.

 

 그 결과 단기 성적 변동이 생길 수 있지만 일찍 방향을 전환한 팀은 차세대 차량에서 성능 도약을 이루기 위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설계 인력을 조기에 후속 프로젝트로 투입함으로써 신규 프로그램의 부담을 분산하고 이미 한계에 도달한 개발에 불필요한 자원 투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즌 차의 개발 중단은 감소하는 단기 성과보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우선시하는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다.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모든 팀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환절기’이다. 그리고 끝은 또 다른 시작, F1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간다.
 

 김남호 F1 동력학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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