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장 바로 옆, BYD가 만든 거대한 '실험장'

입력 2025년11월20일 08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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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저우 전지형 서킷, '검증' 위한 시험 무대 역할
 -모래언덕부터 거대 수조까지, 지형 종류도 다양해

 

 BYD의 정저우 공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곳, 축구장 수십개가 들어갈 만한 부지 위에 BYD의 전지형 서킷이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BMW 드라이빙센터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겼지만 결은 전혀 달랐다. 소비자 체험을 앞세운 공간이라기보다 기술을 검증하고 과시하는 데 초첨을 둔 '엔지니어링 전시장'에 가까웠다. 

 

 주행 구역은 성격이 다른 여러 존으로 나뉘어 있었다. 온로드·오프로드·저마찰·자율주행·수상 부유까지 총망라한 구성은 마치 자동차 한 대의 한계점을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해부해 보는 듯한 분위기였다. 

 

 실내 모래 경사로 앞에서 가장 먼저 취재진의 시선을 끈 차는 양왕 U8이었다. 높이 29m, 스키장의 최상급자코스보다 가파른 언덕은 언뜻 보기에도 일반 SUV라면 바퀴가 파묻혀 힘을 잃을 법한 각도였다. BYD는 이 모래 경사로를 구현하기 위해 내몽골 지역 고비사막에서 모래까지 직접 공수해왔다.

 



 

 U8은 주저함이 없었다. 바퀴가 모래를 가르며 치고 올라가는 동안 네 바퀴의 토크는 실시간으로 분배됐고 차체는 좌우 어느 한쪽으로도 쏠리지 않았다. 거친 출력으로 억지로 돌파하는 방식이 아니라 계산된 힘 배분으로 지면을 붙잡고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정상에서 잠시 머물렀다 내려오는 순간조차 침착함이 유지됐다.

 

 바로 옆 패독에서는 덴자 Z9이 주차 보조 기능을 시연 중이었다. 차가 패널 앞에 멈추자 스티어링이 스스로 움직였고 차는 전·후진을 반복하며 좁은 공간에 정확하게 차체를 밀어 넣었다. 조향 각도, 바퀴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그대로 노출돼 있어 ‘꾸민’ 기능이 아니라 실전 기술이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씰이 투입된 킥플레이트, 슬라럼 구역에서는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연속 S코스와 슬라럼에서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순간에도 차의 무게가 크게 쏠리지 않았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응답성과 섀시 제어 능력이 엮이며, 코너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전기차가 아니라, 차체를 다루는 감각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는지를 체감하게 하는 구간이었다.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 의외의 반응이 나온건 오프로드코스에서 경험한 팡청바오 B5. 깊숙하게 파인 트렌치 구간에 진입하자 바퀴 한두 개가 공중에 떠도 차체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전륜이 미끄러지면 후륜이 즉시 힘을 채워 넣고, 출력을 걸어도 차체는 불안감 없이 전진했다.

 

  오프로드 전용 하드웨어와 전동화 기반 제어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하며 만들어낸 결과였다. 주행이 끝나자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출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이 연달아 나올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단순 성능 과시 수준을 넘어서 체급 대비 균형이 잘 잡힌 오프로더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 서킷 체험의 백미는 따로 있었다. 양왕 U9으로 구성된 트랙 프로그램이었다. 트랙 입구에 U9이 등장하자마자 취재진의 반응이 달라졌다. 1,300마력에 달하는 숫자보다 공기 흐름을 가르며 낮게 깔린 차체에서 풍기는 긴장감이 먼저 느껴졌다.

 



 

 직선 구간에서 가속 페달이 깊게 눌리는 순간 전륜과 후륜 모터가 순식간에 출력을 뿜어내며 차체를 밀어붙였다. 뒤통수를 때리는 가속감은 타력으로 늘어나는 힘이 아니라 전기 모터의 즉각적인 토크가 몸을 앞유리 쪽으로 잡아당기는 느낌에 가까웠다. 

 

 커브에 진입하면 네 바퀴가 각각 다른 각도로 회전하며 스티어링 입력을 그대로 받아냈다. U9이 가진 토크 벡터링과 차체 제어 능력은 불안 요소를 지우고 기계가 스스로 정밀하게 균형을 유지하며 달린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곳의 구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무엇을 목표로 만들었는지 분명했다. 빙판길을 모사한 저마찰 구간, 바퀴가 미끄러지는 순간의 반응을 확인하는 슬립 시험, 1.8m 깊이의 수조에서 양왕 U8이 물 위를 떠다니는 ‘부유 모드’ 시연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경험을 위한 체험장이 아니라 기술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그대로 노출하는 실험장이라는 성격을 강화하고 있었다.

 


 

 정저우 공장 바로 옆이라는 입지도 상징적이다. 제조. 검증. 전시가 수평으로 붙어 있는 구조는 BYD가 무엇에 우선을 두는지 그대로 드러낸다. 기술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실제 성능으로 설득하는 방식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 곧바로 이곳에서 한계를 시험받고 그 결과가 다시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구조는 자동차 회사보다는 기술 기업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U8의 등판 능력, Z9의 주차 알고리즘, 씰의 핸들링, B5의 오프로드 주파력까지 한 공간에서 확인하고 나면, 이 서킷의 목적은 단 하나로 압축된다. BYD는 체험을 위해 서킷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술을 증명하기 위해 서킷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정저우(중국)=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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