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한국 로보택시의 거대 장벽

입력 2025년12월26일 09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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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보다 제도, 제도보다 수용성이 난제 

 

 어떤 방식이든 이용자는 관심은 없다. 웨이모처럼 정밀지도 기반의 비시각적 센서에 기반하든 아니면 마치 사람처럼 시각으로 입력된 정보를 즉시 AI가 판단해 운전하는 테슬라의 엔드투엔드(End to End) 방식이든 중요치 않다. 이용자에게는 모두 운전자 없는 비대면 이동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자율주행 상용화 로드맵에 있어 기술은 장벽이 되지 않는다. 기술은 말 그대로 상용화에 매진하는 테크기업의 영역이고 난제는 극복하기 마련이다. 그래야 기술 기업도 생존이 가능하다.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개별 테크 기업들이 완성한 자율주행 기술은 이동 수단에 적용된다. 여기서 기업 전략은 제각각이다. 자동차 제조사에게 자율주행 시스템을 판매하려는 곳이 있고 아예 직접 공장을 설립해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하려는 곳도 있다.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율주행 기술개발 기업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공장 설립보다 기존 자동차회사 대상의 시스템 판매를 원한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제도적 절차가 개입된다. 검증과 인증이다. 제품은 있지만 시스템의 안전성을 평가한 후 운행 가능 여부는 정부가 판단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어디까지나 인증 조건 및 운행 허가 절차 등에 관한 제도여서 해결이 가능하다. 한국 정부도 2027년 자율주행 상용화를 선언했는데 엄밀하게는 제도상 운행 허가를 의미한다. 이후 어떤 방식이 됐든 자율주행 지능이 탑재된 이동 수단이 완성되면 제조사는 수익을 고민한다. 이때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인간 운전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개인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제조물의 개발, 생산, 판매 관점에선 인간 운전자 기반 자동차와 다를 바 없다. 가격을 정하고 소유권을 넘기면 그만이다. 

 


 

 그런데 아무리 다양한 변수를 넣고 예측해도 자율주행차 개별 구매 시장은 한계가 분명하다. 소비자들은 굳이 운전할 필요가 없는데 값비싼 자동차를 소유하는 게 타당한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럴수록 매월 고정비 지출이 아깝게 느껴져 구매욕이 낮아진다. 제조사로선 판매 수익에 우려가 생긴다.

 

 판매 수익 대체 방안으로 주목하는 게 운행 수익이다. 제조사가 직접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활용해 운송 사업을 펼치는 일이다. 물론 제조사의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구입해 운송 사업을 펼치는 사업자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제조물이 만들지 않는 운송 사업자는 운행 중 발생한 문제를 제조사에 넘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차피 책임을 진다면 제조사는 운송 사업자에게 자율주행 자동차를 판매할 이유가 없다. 직접 운송 사업에 뛰어들어 운행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정답이다. 가장 큰 장벽은 이때 발생한다. 제조사가 됐든 운송 사업자가 됐든 인간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이동 수단으로 돈을 받고 사람을 이동시키려면 제도상 운송사업 면허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면허를 보유한 사업체를 인수해 뛰어들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법인택시다. 운송 사업자는 에너지 충전 시간을 제외하고 쉬는 시간 없이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로보택시로 운행하는데 이때 관건은 투자비, 이용률, 그리고 수익이다. 

 


 

 운송 사업자 관점에서 로보택시 투입 원가는 매우 높다. 대당 도입 가격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투자비 회수율을 높이려면 이용률도 높고 이용 요금도 비싸야 한다. 당연히 이용률은 높일 수 있지만 문제는 요금이다. 면허 택시 요금은 운송 사업자가 결정할 수 없다. 이용자도 비싼 요금은 수긍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운전 택시 요금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에 묶이기 마련이다. 그럼 투자 회수는 길어진다. 

 

 이용률이 높으면 그것도 갈등이다. 로보택시 사용자가 많아지면 개인택시로 표현되는 인간운전 택시의 탑승이 줄어든다. 개인택시 사업의 미래가 희미해지며 면허 가치는 폭락한다. 이 경우 로보택시 운행을 막아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개인택시 면허를 빌려 운송사업자가 로보택시를 운행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집에서 TV를 보고 있어도 개인택시 사업자는 수익을 가져가는데 이 경우 결코 면허를 반납하지 않고 자식에게 대대손손 물려준다. 국가가 발급한 사업면허가 재산증식 수단으로 변질된다. 다시 말해 택시 공급은 변동이 없고 탑승자는 점점 줄어 도로에는 아무도 타지 않는 로보택시가 넘쳐나게 된다. 

 

 물론 갈등을 피하기 위해 로보택시에 새로운 면허를 부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때는 법인 및 개인택시 모두가 저항한다. 여전히 공급이 넘치는 시장에 택시의 추가 공급이 되는 탓이다. 우리는 이미 ‘타다 vs 택시’ 갈등에서 비슷한 상황을 충분히 경험했다.  

 

 테슬라 FSD 서비스가 국내에 시작되면서 여기저기 한국의 로보택시 상용화를 언급한다. 기술 추격 속도가 늦었고 규제 혁파 및 제도 개선 등이 언급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 따라서 문제는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만들거나 운행하는 사업자가 어떻게 수익을 내느냐인데 현실 상황에서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 운행 상 발생 가능한 모든 책임을 제조사가 지더라도 강력한 인간 저항에 막혀 수익이 애매하다. 

 

 이걸 정부가 풀 수 있다고 보면 오산이다. 택시 사업자에게 면허 가치는 목숨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율주행 상용화는 정부가 주도할 수 없다. 정부는 제도 개선을 하면 그만일 뿐 이해 당사자 모두가 로드맵을 짜야 한다. 인간 택시의 퇴로가 먼저 마련돼야 상용화가 가능하지만 정부와 국회 어디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얘기해봐야 그들도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주행 상용화를 꿈꾼다. 언감생심이지만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군가는 걸어야 한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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