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로보택시 면허와 일반 택시면허

입력 2026년02월06일 11시3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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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 면허 놓고 입장차 확연

 

 국토교통부와 일부 지자체가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며 잇따라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토부는 특정 도시를 자율주행 실증 지역으로 지정하고 이곳에 200여 대 규모의 로보택시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겉으로 보면 ‘본격 상용화’에 가까운 행보다.

 


 

 다만 이 로보택시는 요금을 받지 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이 받은 면허는 여객운수사업법이 아닌 ‘자율주행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한정 면허이기 때문이다. 한정 면허는 말 그대로 운행 조건이 제한된다. 레벨3 또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전제로 정해진 구역과 노선 안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의 번호판은 영업용을 뜻하는 노란색이 아니다.

 

 반면 기존 택시는 여객운수사업법에 따라 유상운송 면허를 받고 도로 위를 달린다. 요금을 받는 대신 총량제·차령·기사 자격·운행 규제 등 촘촘한 규제를 함께 짊어진다. 지금은 두 제도가 서로 다른 세계처럼 공존하고 있지만 문제는 로보택시가 ‘유상 운송’으로 전환되는 순간부터다.

 

 로보택시가 요금을 받기 시작하면 법 체계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기존 택시는 여객운수법, 로보택시는 자율주행 촉진법이라는 서로 다른 틀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보택시 한정 면허는 택시 총량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총량제는 택시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다. 택시 숫자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면 기사와 사업자 모두의 생계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충돌을 피하려면 선택지는 하나다. 자율주행 한정 면허 사업자가 유상 운송에 진입할 경우 여객운수법에 따른 기존 택시 면허를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 결국 개인택시나 법인택시 면허를 사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개인택시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법인택시 면허가 선택지로 떠오른다.

 

 하지만 법인택시 면허는 한두 대 단위로 거래할 수 없다. 최소 30대 이상을 보유해야 하고 인수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이 지점에서 자율주행 기업들은 전략을 바꾼다. 직접 택시 사업자가 되기보다 기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법인택시 회사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운송’이 아니라 ‘두뇌’를 파는 모델이다.

 

 이 과정이 본격화되면 법인택시의 로보택시 전환이 시작된다. 그 순간부터 개인택시 면허 가치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개인택시 사업자들은 면허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해법을 찾게 되고 결국 동일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인택시에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진다.

 

 이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개인택시 면허는 또 다른 형태의 ‘자산’이 된다. 로봇 운전자가 대신 운행하며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어주는 구조다. 면허를 굳이 남에게 팔 필요도 없다. 가족에게 물려주면 된다. 이른바 면허의 대물림이다. 이 국면에서는 오히려 개인택시 면허 가치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생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기 어려운 변수가 있다. 로보택시가 가져올 이동 방식의 구조적 변화다. 비대면 로보택시가 늘어나면 인간 운전 택시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동시에 운전 노동 비용이 사라지면 요금 인하 요구는 커진다. 요금이 낮아지면 이용자는 늘어나고 그 영향은 버스·지하철 같은 다른 대중교통으로 번질 수 있다. 자가용 이용이 줄면 자동차 구매력 역시 약화된다.

 

 그렇다고 대중교통 운행량을 줄이기도 어렵다. 로보택시 활성화가 오히려 대중교통 유지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여기에 로보택시 요금 인하까지 겹치면 택시 사업자의 수익성은 다시 압박을 받는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면허 가치는 또다시 하락 국면에 접어든다.

 

 이때 면허를 보유한 사업자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택시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질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줄어드는 면허를 누가 사들일 것인가. 시장이 외면하면 결국 국가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로보택시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신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택시 면허는 강제로 없애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 재산권이다. 새로운 이동 수단이 등장할 때마다 면허 보상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다. 로보택시는 미래의 얼굴이지만 면허 문제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답 없이는 자율주행 상용화도 온전한 출발선을 넘기 어렵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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