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A, WEC 개막전 연기..伊 대체
-F1도 최대 5개 라운드 영향 가능성 높아
-WRC 최종전 사우디아라비아 경기도 변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글로벌 모터스포츠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4일 글로벌 모터스포츠 업계에 따르면 이미 세계내구선수권대회(WEC) 개막전이 전격 연기됐다. 포뮬러 원(F1)과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등 주요 시리즈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일정 조정 가능성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은 오는 26~28일(현지시각) 카타르 루사일 서킷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던 WEC 개막전 ‘카타르 1812㎞’를 연기했다. 최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선수와 관계자, 팬들의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들은 "긴밀한 협의를 이어온 결과 기존 일정으로는 대회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카타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WEC 시즌 개막전은 '이몰라 6시간 레이스'로 대체된다. 해당 경기는 오는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나에서 열릴 예정이다. 주최측은 카타르 경기를 시즌 캘린더 후반부로 옮겨둔 상태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결정짓지 않은 상태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WEC 한 종목의 일정 조정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동은 글로벌 모터스포츠 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F1의 경우 이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바레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타이어 테스트가 취소됐고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 지역 그랑프리 일정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치러질 24개 라운드 중 중동 지역에서 치러지는 그랑프리는 총 4번(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부다비)이다.
우선 4월 10~12일 바레인 그랑프리를 시작으로 4월 17~19일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가 이어진다. 시즌 후반에는 11월 27~29일 카타르 그랑프리와 12월 4~6일 아부다비 그랑프리가 예정돼 있다.
영향권에 있는건 중동 지역 그랑프리만은 아니다. 업계는 오는 9월 24~26일 개최 예정인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도 변수로 거론한다. 아제르바이잔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 당사국은 아니지만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긴장이 확대될 경우 항공 이동이나 물류 측면에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모터스포츠는 장비와 인력 이동 규모가 매우 큰 스포츠라는 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특히 취약하다. 특히 F1의 경우 한 경기당 수백 톤에 달하는 장비와 수천 명의 인력이 항공편을 통해 이동한다. 공역 통제나 항공 노선 변경이 발생하면 일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WRC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WRC는 오는 11월 11~1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즌 마지막 라운드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직접적인 교전 지역은 아니지만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질 경우 안전 문제와 물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중동은 최근 10여 년 동안 모터스포츠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해왔지만 이번 사태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지정학적 충돌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실제로 중동 지역은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이자 군사적 긴장이 반복되는 지역으로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항공 및 해상 물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FIA 역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벤 술라엠 회장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과 피해를 입은 공동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지금은 무엇보다도 민간인의 보호와 대화를 통한 안정 회복이 우선돼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FIA는 각국 회원 단체와 챔피언십 프로모터, 팀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상황을 책임 있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앞으로 예정된 WEC와 F1 대회의 개최 여부는 무엇보다 안전과 구성원의 안녕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