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기름값 오르니 BEV 시선 집중?

입력 2026년03월11일 10시12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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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2월 정유사가 공장에서 출고한 기름값은 거의 변동이 없다. 휘발유 1ℓ 기준 1월 첫 주는 1,611원이고 2월 마지막 주 평균 가격도 1,616원 정도에 머물렀다. 두 달 동안 공장 출고 가격은 50원 정도 오른 셈이다.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평균 판매 가격은 1월 5일 1,723원에서 시작해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 공습을 개시한 2월 28일에는 오히려 1,692원으로 낮았다. 

 



 

 그런데 공습 개시 이후 곧바로 모든 게 껑충 뛰었다. 불과 3일 만에 ℓ당 200원이 오른 곳도 부지기수다(주유소 기준). 주유소 단체에선 정유사 공급가격이 올랐다고 얘기하는데 정확하게는 공급가격, 세금, 주유소 판매 가격이 동시에 오른 결과다. 유류세율 자체가 탄력적인 탓에 정유사 공급가격이 오르면 따라 늘어나는 구조여서다. 그러니 기름값 안정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정유사 공급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래도 잡히지 않으면 이미 낮춘 유류세율 인하를 추가적으로 단행해야 한다.  

 

 기름값 논란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금이야 여기저기 눈에 많이 보이지만 알뜰주유소가 생겨난 배경도 한때 가파르게 치솟았던 기름값 탓이다. 그리고 이때도 이란이 중심부에 자리했다. 지난 2011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우려돼 국제사회가 제재를 강화하자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위협했고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주유소와 정유사 간 기름값 인상 원인을 두고 핑퐁 게임이 벌어지자 정부가 유통 시장에 직접 개입했다. 정유사 대상으로 대량의 기름을 사들였고 이를 알뜰주유소에 최소 마진으로 공급해 정유사 브랜드 주유소와 경쟁시켰다. 정부의 유통 시장 개입은 일종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해 지금에 이른다. 우체국 택배의 존재가 민간 택배 사업자의 배송 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당시 정부가 기름 유통에 직접 개입한 이유는 유류세 문제도 컸다. 유류세를 내리면 세입이 줄어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만큼 민간 시장에 우선적으로 개입, 유통 수수료를 낮춰 기름값 인상이 자제되는 일종의 착시(?)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원인은 국제유가지만 유류세를 줄일 수 없어 민간 부문으로 화살을 돌린 정책이 시장 유통 개입이었고 그 결과물이 알뜰주유소의 등장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네 탓 공방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주유소가 국제 유가를 이유로 가격을 높이고 정부는 시장에 개입한다. 정부로선 이미 낮춘 유류세의 추가 인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정 투입을 이유로 4월 말 유류세 인하 종료를 더 이상 양보(?)할 수도 없다. 따라서 갑자기 기름값을 올리는 정유사 및 주유소를 대상으로 급격한 인상 억제를 유도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반면 기름 회사는 지금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비록 정유사 공급가격이 저렴할 때 사둔 기름이라도 국제유가 상승이 명분을 만들어준 만큼 가격을 최대한 올려 이익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HEV 및 BEV 보급 확대로 기름 사용량이 줄어드는 마당에 주유소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지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는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패턴 변화를 예의주시한다. 기름값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연료비용이 저렴한 BEV 구매력이 다소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발전용 연료 가격 상승이 BEV 충전용 전기료를 밀어 올려도 휘발유나 경유 등 화석연료보다 여전히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정부가 유류세 추가 인하에 난색을 표하는 것도 결국은 기름 사용량 감소 이유가 크다. HEV와 BEV 등의 확산이 기름 수요를 억제하니 그만큼 유류세가 줄어 고민이다. 그래서 수송용 전력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이 경우 전동화 전환 속도가 느려져 새로운 산업 부문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결국 그 어떤 선택을 해도 고민은 남는다. 이때 남는 선택지는 내연기관 구매 억지력 강화다. 물론 저항도 만만치 않겠지만 언젠가는 넘어야 할 과제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생각해 볼 가치는 있어 보인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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