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막강한 페라리 최강투톱, 칠린드리&테스타로사

입력 2026년04월07일 07시45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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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9 테스타로사, 진보된 기술로 무장한 역대급 PHEV 
 -12 칠린드리, 페라리 정통 파워트레인 정수 느껴 

 

 오늘날의 페라리를 상징하는 두 슈퍼카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만났다. 하나는 오랜 시간 페라리가 정체성으로 담아왔던 V12 엔진의 완성형을 맛볼 수 있는 12칠린드리이며 또 하나는 이 브랜드가 전동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의 849 테스타로사다. 둘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고 목적과 방향에 있어서도 차이가 분명하지만 엄청난 매력을 전달하는 것만큼은 동일했다. 가슴 두근거리는 페라리 정신은 파워트레인 상관이 없으며 단연 최고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먼저 운전대를 잡은 건 849 테스타로사다. 풀카본 버킷시트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의 센터 터널, 화려한 디지털 그래픽으로 멋을 낸 계기판만 봐도 이 차가 얼마나 미래지향적인지 알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시동을 켜고 패독을 빠져나가는 순간은 한없이 고요하고 정제되어 있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인데 마치 내구레이스 경주차를 몰고 피트를 빠져나가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본격적으로 서킷에 진입해서 차와 호흡을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 이 차의 핵심은 강력한 파워트레인에 있다. 4.0 V8 트윈터보 엔진은 완전히 재설계되어 830마력을 발휘하고 여기에 3개의 전기모터가 더해져 총 1,050마력의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SF90 스트라달레 대비 50마력 증가한 수치다. 무엇보다도 대대적인 경량화 작업을 통해 성능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전작인 SF90 스트라달레와 동일한 중량을 유지했다. 페라리 양산차 역사상 최고의 출력당 중량비(1.5㎏/cv)을 달성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단 2.3초 만에 도달한다.

 

 가장 기본적인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엄청난 힘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차는 시종일관 움찔거리며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라고 유혹한다. 물론 강력한 출력은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운전자가 한번 마음먹고 스로틀을 활짝 여는 순간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본성을 드러내며 미친 듯한 가속을 보여준다. 순간적인 펀치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엉덩이가 붕 뜨는 기이한 현상도 경험할 수 있다. 헛웃음이 나오고 온몸에는 식은땀이 저절로 생긴다. 

 











 

 이 상태에서 마네티노 스위치를 레이스로 두면 차는 비로소 진정한 경주차로 변모한다. 매우 딱딱해지는 서스펜션과 날카로운 핸들링, 바닥에 바짝 붙어 달리는 이 모든 과정들이 하드코어 그 자체다. 축지법을 쓰는 것처럼 각 코너를 순간 이동하고 직진 구간에서는 한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속도를 끌어올린다. 그만큼 이성의 끈을 잘 붙잡고 있어야 한다. 테스타로사가 주는 황홀함에 취해 판단이 흐려지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짜릿하고 무시무시하며 엄청난 도파민을 절로 전달한다.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은 차의 움직임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바로 FIVE(Ferrari Integrated Vehicle Estimator)다. 차에서 나오는 데이터(가속도, 6D 센서)를 기반으로 수학적 모델을 구동해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정한다. 그리고 이는 디지털 트윈(현실 차량을 실시간으로 가상 재현하는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오차 범위는 ±1km/h 미만의 속도와 ±1도 미만의 요각 뿐이다. 차의 퍼포먼스 특성을 정밀하게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트랙션 컨트롤, 전자식 디퍼렌셜, e4WD 시스템의 제어 성능을 높인다.

 

 이처럼 공학적으로 어려운 내용을 운전자가 다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저 차의 움직임과 반응이 말도 안되게 빨라졌다는 사실만 파악하면 된다. 코너에서 자세를 잃어도 금새 잡아 라인을 그리게 도와주고 조금 더 적극적인 진입과 탈출도 가능하다. 각 바퀴의 회전력과 접지력도 전부 계산해 가장 빠른 통과 시간을 만들수 있게 도와준다. 물리력을 무시하는 듯한 거동에 감탄사가 쏟아졌고 경이로운 기술 구현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마지막 코너를 통과한 후 페달을 끝까지 밟을때는 너무 안정적이어서 속도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들이치는 바람을 무지막지한 에어로다이내믹 파츠들을 통해 다스리고 누르는 듯한 경험을 손 쉽게 받는다. 실제로 테스타로사에는 1970년대 스포츠 프로토타입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거쳐 시속 250㎞에서 415㎏의 다운포스를 생성한다. 이는 SF90 스트라달레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심지어 후면의 액티브 스포일러와 고정식 트윈 테일 구조는 공기역학적 기능과 시각적 완성도를 동시에 높였다.

 

 얼얼하면서도 짜릿했던 역대급 페라리를 만났다면 이번에는 정통 V12 파워트레인이 주는 감칠맛을 느낄 차례다. 곧바로 12칠린드리로 옮겨 타 시동버튼을 누르고 서킷으로 향했다. 테스타로사와는 완전히 다른 첫느낌이 무척 신선했다.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엔진회전수와 부드러우면서도 넉넉한 스로틀까지 속도를 올리는 모든 과정이 익숙하면서도 풍부하고 여유롭다.

 

 이 상태에서 조금 더 페달의 양을 늘리면 순식간에 바늘을 튀기며 페라리 V12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12 칠린드리는 이름처럼 가장 순수한 페라리 DNA를 담아낸 12기통 엔진이 들어있다. 6.5리터 자연흡기 프론트 미드 방식으로 최고 83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최대회전수는 9,500rpm까지 올라간다. 특히, 2,500rpm부터 최대토크의 80%를 발휘해 저속에서도 매우 즉각적인 반응과 레드존까지 끊임없는 파워를 느낄 수 있다.

 

 기초체력이 탄탄한 엔진 덕분에 12 칠린드리는 서킷을 무대삼아 종횡무진 활보한다. 유연하면서도 강력한 한 방이 있으며 집중해서 달릴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매섭게 코너를 통과한다. 여기에 흡기 및 배기라인을 최적화해 페라리 12기통 특유의 선명하고 풍성한 고주파 사운드와 모든 음역대에서 풍부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환장할 수 밖에 없는 중독성 강한 음색이며 오로지 손과 발 끝으로 연주하는 한 편의 교향곡은 무한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을 듯하다. 

 





 

 차의 공기역학 및 동역학 성능은 첨단기술을 통해 보다 정교해졌다. 리어스크린에 자연스럽게 통합된 능동적 공기역학 장치는 고성능 주행 상황에서만 작동해 최대 50㎏의 추가 다운포스를 생성한다. ABS-EVO와 6방향 섀시 다이내믹(6w-CDS) 센서를 탑재한 브레이크-바이-와이어는 보다 정밀하고 강력한 제동력을 제공한다. 사이드슬립컨트롤(SSC) 8.0의 정밀도 또한 높아졌고 이전 버전 대비 예측 정확도와 학습속도 역시 10% 커졌다. 이와 함께 4륜 독립 스티어링(4WS)과 이상적인 전후 무게배분(48.3:51.7), 812 슈퍼패스트 대비 20㎜ 짧아진 휠베이스도 조합이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두 대를 내려다보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이들은 단순히 빠른 차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의 정답을 들고 나온 존재라는 점이다. 849 테스타로사는 말 그대로 전동화 시대 페라리가 도달한 하나의 정점이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며 성능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정의한다.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가속과 디지털로 완성된 정교한 움직임, 그리고 인간의 반응보다 빠른 판단까지 더해지며 기계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반면, 12 칠린드리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심장을 파고든다. 기술로 압도하기보다 감각으로 설득한다. 자연흡기 V12가 만들어내는 리니어한 반응, 회전수를 끝까지 끌어올릴 때 터져 나오는 순수한 쾌감, 그리고 운전자가 모든 과정을 직접 지배하고 있다는 확신. 오랜 시간 페라리가 지켜온 정통성 그 자체다. 왜 우리가 여전히 엔진을 사랑하는지를 증명하는 존재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미래로 달려갈 것인가 아니면 본질을 지켜낼 것인가” 페라리는 그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두 가지 모두를 완벽하게 만들어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깨닫는다. 페라리가 만드는 두근거림만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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