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현지화 개념, 중국은 통하지 않아
단순하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 세계 자동차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글로벌에 판매된 신차는 모두 8,892만대다. 이 가운데 중국은 2,557만대로 단연 압도적이다. 미국이 1,634만대로 추격하지만 이미 중국 내 판매는 미국보다 900만대 이상 많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에선 3,000만대가 넘게 등록됐다. 그 결과 EU의 1,254만대를 미국과 합쳐도 중국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자동차회사가 목표 시장을 구분할 때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아닌 별도 시장으로 분류하고 현지화에 주력한다.
그런데 그동안 ‘현지화’는 수익 중심의 전략에 집중됐다. 합작사에 현지 전용 제품이 아닌 글로벌에 판매되던 차종을 반복 투입해 단기간 덩치를 키워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BEV를 중심으로 토종 브랜드의 급격한 성장이 이뤄지며 합작사 내연기관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중이다. 실제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에 판매된 2,147만대 전기차 중에서 중국 내 판매는 1,381만대다. 하지만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같은 기간 중국 내 전기차(BEV+PHEV) 판매를 1,649만대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BEV는 1,142만대로 비중만 69.2%에 달한다. 결국 BEV의 급격한 성장이 내연기관을 밀어냈고 이 과정에서 내연기관 중심의 합작사가 큰 타격을 받은 셈이다. 한때 연간 200만대를 상회하던 현대차그룹이 20~30만대 수준으로 폭락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합작사 위기는 프랑스 기업부터 시작됐다. 르노 및 푸조를 시작으로 기아, 현대차, 닛산, 마쓰다, 포드, 짚, 혼다 등이 밀렸고 지난해는 폭스바겐과 토요타 등이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는 포르쉐와 벤츠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도 중국 내에서 중심축이 흔들리는 중이다. 토종 기업이 프리미엄 BEV 브랜드를 앞다퉈 등장시키며 이들의 내연기관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서다.
그러자 최근 합작사의 현지화 전략이 전면적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르노와 푸조는 오히려 중국의 전기차 기술을 받아들여 유럽 시장에 적용하려 한다. 특히 르노의 경우 지리그룹과 기술 제휴를 통해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중이다. 스텔란티스 또한 립모터스 전기차 기술을 적극 수용했고 폭스바겐은 샤오펑으로부터 기술을 제공받기로 했다. 아우디는 상하이자동차 산하 IM모터스 플랫폼을 활용해 신차를 개발한다. 토요타도 BYD의 전기차 플랫폼을 받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 내 KGM도 중국 체리자동차의 BEV와 PHEV 플랫폼을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최근 ‘현지화’의 개념은 다시 한번 진화되는 중이다. 1단계가 내연기관이고 2단계가 기술 협력이라면 3단계는 철저하게 사람 중심으로 갈 태세다. 대표적으로 중국 전략의 선회를 선언한 토요타는 철저한 현지화 개념을 재설정하고 핵심 항목을 ‘사람’으로 정의했다. 최고 경영자부터 제품개발까지 모두 중국 현지 책임 하에 결정하는 구조를 추진했다. 이 경우 최고 결정권자는 당연히 중국 내 현지 CEO다. 현지 CEO가 개발과 판매까지 책임지는데 이를 위해 중국 최고 경영자의 위상을 높였다. 한 마디로 중국 CEO와 중국 이외 지역 CEO가 동일 레벨이라는 의미다. 생산 과정에 필요한 부품 조달도 중국 내 부품 기업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 따라서 토요타 일본 본사에서 유일하게 중국 사업에 관여하는 인물은 최고 경영자인 토요타 아키오 회장뿐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래야 철저한 현지화가 이뤄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해외 진출 방식, 다시 말해 본사에서 일본 경영자를 보내고 임원을 파견하는 것 자체가 효용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과거 해외 진출 때는 글로벌 경험이 중요했지만 중국은 그런 경험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 정서가 다르고 소비 트렌드가 다르고 선택하는 에너지도 다르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서를 가진 경영인은 오히려 현지 정서를 이해하지 못해 혼선만 빚는다고 판단했다.
최근 2026 오토차이나에 현대차그룹 임원이 대거 방문했다. 중국을 다시 이해하고 겸손해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이어 내놓은 현지화 전략은 여전히 2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다. 제품과 기술을 투입해 반등하겠다는 계획만 쏟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 투입은 기본이고 기술 협력도 하지 않으면 성장 자체가 없다. 다시 말해 중국 현지화의 가장 중요한 개념인 ‘사람’ 이야기가 배제된 점이 아쉽다. 중국 내 현대차 미래 이야기를 한국 임원이,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중국 소비자로선 무관심의 대상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