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고, 고치고, 다시 달린다”
-더 좋은 차를 향한 집념과 열정 느껴
한적한 일본 소도시 국도를 따라 짙은 녹음으로 둘러싸인 산길을 올라가자 거대한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아이치현 산간 지역 깊숙한 곳에 자리한 토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다. 얼핏 보면 자연과 완벽하게 공존하는 하나의 거대한 리조트 같지만 그 안에는 토요타와 렉서스, 그리고 GR 브랜드의 미래를 담금질하는 치열한 개발 현장이 숨어 있었다.
한국 미디어를 대상으로 환영의 인사를 전한 현장 담당자는 시모야마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단 하나의 목적,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장소죠. 이곳은 바로 미래가 만들어지는 현장입니다. 자동차를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부수고, 현장에서 고치고 다시 달립니다. 드라이버와 엔지니어, 매카닉이 하나가 되어 달리죠. 길이 자동차를 만들고 바로 그런 현장입니다”
그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직접 마주한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는 압도적이었다. 동서로 약 5.3km, 총 면적만 약 650만㎡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 위에 시험 코스와 개발 시설, 정비동과 오피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이 거대한 시설이 자연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축물은 산세를 따라 조용히 스며들어 있었고 유리와 콘크리트로 완성된 시설들은 숲과 하나가 된 듯한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토요타가 수십 년 동안 강조해 온 철학이 존재했다. “길이 차를 만들고, 차가 사람을 만든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시모야마는 이 철학을 현실로 구현한 공간이었다. 기획과 디자인, 설계와 평가 인력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고 시험 코스에서 얻은 데이터를 즉시 피드백해 차를 다시 다듬는다. 디지털 시뮬레이션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자동차는 실제 도로 위에서 완성된다는 토요타의 믿음이 이곳에 응축돼 있었다.
시험 코스에 들어서자 그 진가는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굽이치는 코너와 급격한 고저차, 시야를 압박하는 블라인드 구간은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일반도로 코스는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서킷 중 하나로 꼽히는 뉘르부르크링을 참고해 설계됐다.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차체의 움직임과 서스펜션 반응, 스티어링 감각, 승차감과 안정성까지 극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검증한다.
고속 주행 시험 코스 역시 인상적이었다. 유럽 산악 고속도로를 재현한 긴 직선과 완만한 곡선 구간에서는 차량들이 고속 영역에서 안정성을 시험하고 있었다. 곳곳에서는 위장막을 두른 개발차들이 쉼 없이 질주했고 테스트를 마친 차들은 곧바로 정비동으로 이동해 문제점을 수정한 뒤 다시 트랙으로 향했다. 말 그대로 ‘드라이브(Drive)-브레이크(Break)-픽스(Fix)’의 반복이었다.
무엇보다 가슴을 뜨겁게 만든 건 GR 브랜드와 모터스포츠를 향한 토요타의 진심이었다. 더티코스 구역에 들어서자 거친 흙먼지와 함께 거친 엔진 사운드가 울려 퍼졌다. 랠리 스테이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비포장 코스 위를 GR 야리스 랠리 테스트 경주차가 쉼 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차체는 흙을 뒤집어쓴 채 점프와 슬라이드를 반복했고 엔지니어들은 코스 옆에서 데이터를 확인하며 차 상태를 점검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 단순히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달리는 행위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있었다. 현장 한편에는 아키오 회장이 직접 테스트 주행 중 전복됐던 차가 전시돼 있었다. 심하게 구겨진 차체와 달리 캐빈 공간은 비교적 온전한 모습이었다. 단단한 롤케이지가 안쪽에 심어져 있었고 그 덕분에 차는 크게 부서지지 않고 안전을 보장했다고 한다. 단순한 사고 차 전시가 아니었다. 회장 스스로 헬멧을 쓰고 테스트에 참여할 정도로 토요타가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 차’, 그리고 모터스포츠에 진심인지를 보여주는 상징 같은 존재였다.
시모야마는 단순한 연구소가 아니다. 토요타와 렉서스, 그리고 GR이 추구하는 철학과 열정, 기술과 감성이 모두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자연 속 깊숙이 숨어 있지만 그 안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미래를 만들고 있었다. 수많은 테스트와 실패, 반복적인 개선을 거친 토요타, 렉서스들이 전 세계 소비자 앞에 양산차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오랜 시간 인정을 받는 이유. 또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유의미한 결과와 팬을 양성할 수 있게 하는 GR의 저력까지, 이 같은 출발점에는 언제나 이곳 시모야마의 길이 존재한다.
일본(시모야마)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