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①] 20주년 맞은 미니런, 제주에서 찾은 진짜 행복

입력 2026년06월11일 08시00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저마다의 개성 드러내는 미니
 -“별보다 빛난 건 사람들”

 

 동호회(同好會), 같은 취미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즐거움을 공유하는 모임을 뜻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은 동호회도 있다. 바로 소형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미니(MINI)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미니 코리아 모터 클럽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함께 달리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어느새 가족 같은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매년 열리는 대표 행사 '미니런(MINI Run)'이 있다. 다양한 미니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드라이빙과 미션, 여행과 추억이 어우러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미니 오너 행사다. 참가 신청이 시작되면 순식간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고 미니코리아 역시 꾸준한 지원과 응원을 보내며 브랜드와 고객이 함께 성장하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사람들은 왜 미니런에 열광할까? 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3박4일 동안 2026 미니런에 직접 동행했다.

 

 미니런의 시작은 의외로 고요했다. 출발은 자정 12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행담도 휴게소에는 늦은 밤이 되자 하나 둘 동그란 헤드램프를 밝힌 미니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던 휴게소는 어느새 수십 대의 미니로 가득 찼고 참가자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출발 준비에 나섰다. 무전기를 나눠 받고 안전 수칙을 공유한 뒤 드디어 제주를 향한 긴 여정이 시작됐다.

 

 출발 직후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참가자들의 성숙한 주행 문화였다. 앞뒤로 차 한 대 없는 새벽 고속도로에서도 무리하게 속도를 내거나 경쟁하듯 달리는 사람은 없었다. 각 조의 리더를 중심으로 가장 바깥 차선을 유지하며 규정 속도를 지켜 내려갔다. 밤새 이어지는 장거리 운전에도 무전기를 통한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졸음을 깨워주는 농담이 오갔고 휴게소 정보와 도로 상황을 공유하며 모두가 함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어둠을 가르며 남쪽으로 달린 끝에 도착한 곳은 목포항이었다. 이곳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미니 오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랜만에 재회한 사람들은 반갑게 안부를 물었고 처음 만난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낯설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모두가 미니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선 절차가 시작되자 또 다른 장관이 펼쳐졌다. 수 많은 미니가 차례대로 배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클래식한 구형 모델부터 최신 JCW, 더욱이 올해는 전기차도 참가가 가능해 흥미로운 볼거리를 더했다.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미니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선박 안으로 들어가는 풍경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참가자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그 순간을 기록했다.

 

 약 4시간의 항해 끝에 제주항에 도착했다. 맑게 개인 하늘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제주 특유의 깨끗한 공기가 참가자들을 반겼다. 미니들은 다시 시동을 걸고 제주 도로 위로 흩어졌다. 각 조는 자유롭게 점심 식사를 하고 카페에 모여 첫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어떤 미니를 타고 있는지, 언제부터 미니를 좋아하게 됐는지, 자신의 차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지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차종은 물론 나이도 직업도 달랐지만 미니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모두가 같아 보였다.

 

 이후 참가자들은 베이스캠프이자 숙소가 마련된 서귀포의 한 호텔로 이동했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와인딩 로드를 따라 이어지는 미니들의 행렬은 마치 한 편의 광고 영상을 보는 듯했다. 굽이치는 코너를 돌아 나갈 때마다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고 제주와 미니가 만들어내는 특별한 조합을 온몸으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호텔에서 진행한 오리엔테이션은 올해 미니런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줬다. 2026년은 미니런이 2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기 때문이다. 행사장에서는 깜짝 준비한 기념 영상이 상영됐다. 빛 바랜 사진 속에는 20년 동안 이어져 온 미니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젊었던 참가자들이 부모가 됐고 어린아이였던 참가자들은 어느새 성인이 되어 다시 미니런을 찾았다. 영상이 끝나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일부 운영진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두가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이들을 대하는 분위기였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신나게 뛰어다니고 장난을 치는 모습에도 누구 하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가 함께 웃으며 아이들을 바라봤다. 운영진은 "미니런은 아이들을 위한 행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동호회 행사임에도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둘째 날부터는 올해의 주제인 '놀멍쉬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주 방언 그대로 놀 때는 신나게 놀고 쉴 때는 확실히 쉬자는 의미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박물관 관람과 휴양림 산책을 즐겼다. 감각적인 전시 공간에서는 새로운 영감을 얻었고 울창한 숲길에서는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걸었다. 팀원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평소라면 스쳐 지나갔을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힐링으로 다가왔다.

 

 휴양림을 빠져나온 뒤 잠시 쉬는 시간에는 각자의 미니를 둘러보며 정보를 공유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이어졌다. 차를 매개로 시작된 인연이지만 어느새 사람을 중심으로 관계가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저녁에는 조금 특별한 장소가 준비돼 있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제주의 명소였다. 이국적인 풍경과 화려한 네온사인, 맛있는 음식과 흥겨운 음악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참가자들은 잠시 여행자의 여유를 만끽했다. 높은 파도를 가르며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감탄이 이어졌고 곳곳에서는 추억을 남기기 위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밤 2026 미니런의 잊지 못할 순간이 찾아왔다. 야간 드라이빙의 목적지는 새별오름이었다. 목표는 단 하나 제주의 밤하늘 아래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짙은 안개였다.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시야는 점점 좁아졌고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미니 특유의 동그란 헤드램프만 희미하게 떠다니는 듯 보였다.

 

 과연 올라가도 되는 걸까. 걱정이 커지던 순간, 미니런을 총괄하는 리더가 확성기를 들고 말했다. "우리가 모두 한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만큼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시다. 일단 올라가 봅시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좋습니다"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참가자들은 안개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 20분 뒤 정상에 도착했을 때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구름이 갈라지며 맑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고 수많은 별들이 머리 위를 가득 채웠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어른들은 한동안 말을 잊은 채 하늘을 바라봤다. 멀리 보이는 제주의 야경과 고요한 도로의 불빛,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이 어우러진 풍경은 쉽게 잊히지 않을 장면이었다.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사진을 남겼고 누군가는 말없이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안개를 두려워해 발길을 돌렸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미니런은 올해의 주제인 놀멍쉬멍을 가장 완벽하게 보여줬다. 함께 달리고 함께 쉬고 함께 추억을 만드는 것. 결국 미니런의 진짜 매력은 자동차가 아니었다. 차를 통해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다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힐링과 여유가 중심이었던 첫, 이틀과 달리 셋째 날부터는 미니 특유의 발랄함과 에너지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제대로 달리고 즐기며 웃고 떠들었던 셋째 날 그리고 마지막 날의 기록은 2편에서 이어진다.
 

제주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