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 전환에 철강사, 완성차 제조에 관심
한국에 포스코와 같은 역할로 유명한 인도 기업은 JSW스틸이다. 흔히 인도 철강산업을 일군 곳으로 포브스가 집계한 진달 가문의 재산은 51조원 가량이다. 수입 철강을 인도산으로 대체하겠다는 창업자 옴 프라카시 진달의 집념이 인도를 대표하는 철강기업의 모태가 됐다.
<AI를 통해 생성한 가상 이미지>
창업주였던 진달은 기계에 밝았다. 유년 시절 자동차 정비 공장을 드나들며 기계를 배우기도 했고 강관 사업 창업 때는 필요한 장비를 직접 설계, 제작했다고 한다. 강관 제조로 시작된 사업은 점차 가치 사슬을 만들어 현재는 필요한 철광석을 직접 캐내는 광산도 소유하고 있다.
갑자기 JSW가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내 시선을 이끈 이유는 완성차 시장 진출 가능성 때문이다. 여기서 진출의 실제 ‘의미’는 철강을 자동차회사에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완성차 제조 및 판매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 최근 JSW가 폭스바겐이 소유한 인도 내 공장의 인수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JSW와 손잡는 것 자체가 인도 내 입지 강화 방안이고, JSW에게 폭스바겐 공장은 완성차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되는 셈이다. JSW가 공장의 지분 절반 이상을 소유하려는 것도 결국 완성차 진출의 서막이라는 분석이다.
전동화 전환 시대에 새롭게 자동차 제조 및 판매에 진출하는 기업은 은근히 많다. 전자제품을 만들던 중국의 샤오미, 로봇청소기로 시작해 전기차에 뛰어든 로보락 및 드리미, 부동산으로 시작해 사업 다양화를 일궈낸 베트남의 빈패스트, 배터리 제조로 기반을 닦은 BYD 등이 대표적이다. IT 기업인 화웨이 또한 전자 제품의 연장선으로 BEV를 바라봤고 배터리 기업은 가치 사슬의 연장선으로 BEV를 주목했다.
급기야 이제는 강판을 공급하는 철강기업까지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 태세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으나 인수가 성사되면 JSW가 공장에서 만드는 BEV 플랫폼은 폭스바겐이 제공하고 JSW는 새로운 차종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파르게 성장하는 인도 내 BEV 시장에 투입하게 된다.
폭스바겐에도 JSW의 파트너십 형성은 긍정적이다. 인도에서 20년 이상 사업을 해왔지만 승용 시장 점유율이 2.5%에 머물 정도로 성장이 정체돼 있어서다. 게다가 이륜차 중심의 전동화에서 벗어나 최근 인도는 전기 승용차 비중이 전체에서 4.6%을 차지할 정도로 커지는 중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가 늘어난 데다 인도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규모가 크다.
따라서 양 사의 공장 지분 교류는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긍정적 결합으로 평가된다. JSW는 완성차 시장 진출의 최대 부담인 공장을 확보하는 것이고 공장을 소유한 폭스바겐은 최대 부담인 낮은 가동율을 만회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BEV 직접 진출의 흐름은 물류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은 완성차 회사로부터 물류용 이동 수단을 조달하지만 BEV 제조에 관심은 매우 높다. 실제 페덱스, DHL 등은 물론이고 아마존도 BEV 사업에 적극 투자하는 게 대표적이다.
특히 아마존은 최근 미국 내 모듈식 BEV를 표방하며 온라인 사전 예약 판매에 들어간 슬레이트에 투자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제조 공정 혁신을 지원했고 그 결과 픽업과 SUV로 마음대로 전환이 가능한 겸용 형태의 BEV를 만들어냈다.
페덱스 또한 중대형 전기트럭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 전동화 기술을 확보하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전기트럭 회사를 직접 보유하고, 자신들의 물류 사업에 활용하는 게 목표다. 이 경우 물류회사에 많은 자동차를 공급해 왔던 기존 자동차 제조사로선 기존 고객이 경쟁자로 전환돼 공급 물량이 감소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JSW의 완성차 진출 소식은 매우 흥미롭지만 이미 다양한 기업이 BEV 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포스코가 한국GM이 매각한 군산공장을 인수해 포스코 브랜드의 BEV를 생산, 판매하는 것이니 말이다. BEV 춘추전국시대라는 비유가 낮설지 않은 이유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