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완성차보다 EV 플랫폼 도전하는 WEVC

입력 2026년08월25일 10시04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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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량 설비 없이 5,000대 만들어도 이익 실현?

 

 2019년 영국에 설립된 전기차 스타트업 WEVC(Watt Electric Vehicle Company)는 고성능 레이싱카의 경량 구조를 설계했던 닐 예이츠가 만든 곳이다. 그런데 WEVC는 설립 목적이 명확하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으로 변형이 가능한 구조 설계에 매진했는데, 전기차 스타트업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주류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던 탓이다. 기존 완성차기업들이 많은 연구비를 들여 개발하는 플랫폼 구조를 개선해 이른바 맞춤형 샤시 제공을 목표로 삼았다는 게 차이점이다. 기존 기업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이들에게 비용 절감이 가능한 플랫폼 제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그렇게 개발된 플랫폼이 스케이트보드형의 페이시스(PACES, Passenger and Commercial EV Skateboard)다. 영국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아 개발된 페이시스 플랫폼은 조 단위에 달하는 설비 투자 없이 레이저로 알루미늄을 자르고 모듈을 샤시에 통합해 만들 수 있다. 연간 5,000대 이하 소량 생산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친환경 순환 경제 모델을 자동차에 적용한 만큼 적은 자본으로 소량 생산, 이익 실현이 가능한 사업을 제시했다. 

 

 그러자 최근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카타르의 민간투자기업 JTA다. 이미 베트남 빈패스트에 투자한 경험을 기반으로 WEVC 기술을 활용해 카타르에 연간 5,000대 생산이 가능한 공장 설립에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물론 대형 설비가 필요 없는 만큼 투자금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공장에서 WEVC가 제공하는 eCV1 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맞춤형 상용 EV를 생산, 인근 중동국은 물론 미국과 남미에도 판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WEVC의 스케이트보드 구조는 차체와 분리된 별도 하부 구조에 배터리와 구동계, 현가장치를 통합해 다양한 상부 차체를 얹을 수 있어 소량 다품종 생산에 유리하다. 덕분에 올해 지멘스와 영국의 오토카가 공동 심사한 대회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륜, 후륜, 사륜 등 다양한 구동 방식도 지원한다. 

 



 

 WEVC가 완성차보다 플랫폼에 주목한 또 다른 이유는 비슷한 기업들의 실패 사례 덕분(?)이다. 대표적으로 제2의 테슬라에 도전했던 미국의 전기 완성차 제조사 피스커가 2024년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무너지는 것을 보며 완성차 제조는 스타트업에게 무모한 도전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창업자인 닐 예이츠는 전기차 스타트업은 사업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며 굳이 글로벌 브랜드로 시작할 필요 없이 기능적으로 필요한 차를 소량 생산하는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시작점이라고 설명한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진입 장벽이나 시장의 요구 조건이 30~40년 전과 확실히 다른 만큼 소량 다품종 플랫폼 제공은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여기는 셈이다. 지난 4월, WEVC는 PACES의 트럭 버전인 와트(Watt) eCV1을 공개했다. WEVC는 현재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향후 12개월 안에 10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영국의 ‘니치 차량 네트워크(NVN)’ 제도다. 영국 정부는 연간 생산량이 적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인증 기준을 완화해 수천억 원 규모의 충돌 테스트를 거치지 않아도 안전 요건만 갖추면 도로 주행 허가를 내준다. WEVC가 몇 대의 프로토타입만으로도 창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반면 한국은 대량 생산 체제에 맞춰 자동차 법규가 설계돼 있어 스타트업이 전기차를 한 대 만들어도 대기업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가혹한 안전 기준, 충돌 테스트, 환경부 인증을 통과해야 한다.

 

 이 인증 비용이 창업비용을 월등히 초과해 시제품을 만들고도 인증을 못 받아 쓰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한국도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가지려면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 도전자가 기존에 형성된 거대한 카르텔,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에 가로막혀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무덤으로 직행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니 말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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