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 앤 차지로 인증·결제 과정 자동화
-대형 전기트럭 겨냥한 2.2㎿급 충전기 등장
-V2G 확산 준비..전기차, 전력망 자산으로 진화
전기차 충전 업계의 경쟁이 충전기 숫자와 출력에서 이용 편의성과 전력망 연계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커넥터만 꽂으면 차가 충전기를 통해 자동으로 인증과 결제를 진행하고 향후에는 차에 저장된 전력을 전력망으로 되돌려 보내는 방식까지 확산할 전망이다.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퓨처모빌리티위크’에서는 이 같은 충전 산업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전시 기업들은 충전 출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차와 충전기, 운영 플랫폼, 전력망을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을 앞세웠다.
대표적인 변화는 플러그 앤 차지(PnC)다. 커넥터를 차에 연결하면 충전기가 차량 정보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인증과 결제까지 진행하는 기술이다. 회원카드를 접촉하거나 충전 사업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필요가 없다.
현재는 충전 사업자마다 이용 절차와 결제 수단이 달라 전기차 이용자가 여러 장의 회원카드와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충전기를 찾더라도 회원 여부와 결제 방법, 서비스 연동 상태에 따라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충전 인프라가 늘어나는 것만큼 이용 절차를 통일하고 단순화하는 일이 중요해진 배경이다.
채비는 이번 전시에서 PnC 서비스 ‘바로채비’를 소개했다. 커넥터를 연결하면 차량 인증부터 충전, 결제까지 자동으로 처리한다. 내연기관차 이용자가 주유소마다 별도로 회원가입하거나 인증하지 않는 것처럼 전기차 충전 과정도 단순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채비는 국내에서 약 1만 면 규모의 급속 충전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충전기 제조와 설치, 운영, 사후관리까지 직접 맡고 있으며 운영 데이터를 활용해 충전 수요를 예측하고 입지를 선정한다. 이번 ‘EV 어워즈 2026’에서는 충전 인프라 운영 부문 장관상과 충전기 제조 부문 소비자 선정상을 받았다.
대형 상용차 보급에 대응한 고출력 충전 기술도 등장했다. 채비가 선보인 메가와트 충전 시스템은 최대 2.2㎿의 출력을 지원한다. 5분 이내 완전 충전을 목표로 개발한 초급속 충전 플랫폼이다.
충전 속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전기의 흐름을 반대로 돌리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차에서 전력망으로 전기를 보내는 V2G 기술이다. 전기차 한 대가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은 제한적이지만 수십만 대가 동시에 연결되면 대형 발전소처럼 운영할 수 있다.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고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전력망의 부담을 낮추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V2G가 확산하려면 차와 충전기가 모두 양방향 전력 공급을 지원해야 한다. 차종과 충전 사업자가 달라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규격도 필요하다. 배터리 상태를 고려해 충전과 방전 시점을 결정하는 운영 플랫폼, 전력 판매에 따른 정산 및 보상 체계도 갖춰야 한다.
배터리 수명에 대한 우려도 풀어야 할 과제다. 잦은 충전과 방전이 배터리 열화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차의 운행 일정과 배터리 상태, 소비자가 설정한 충전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전력 공급에 참여한 차주에게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할지도 상용화의 관건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그리드위즈를 비롯한 충전·에너지 기업들이 ESS와 스마트 충전, V2G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충전 시점을 전력 수요에 맞춰 조절하고 여러 충전기의 출력을 분배하는 기술에서 나아가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시장과 연계하려는 흐름이다.
충전기는 전기를 넣는 기계에서 차와 소비자, 결제 시스템, 전력망을 연결하는 에너지 단말기로 바뀌고 있다. 전기차 충전 경쟁의 기준도 ‘얼마나 빨리 충전하는가’에서 ‘얼마나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전력을 주고받는가’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