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복합 효율 웃도는 실력 드러내
-전기모터 활용한 부드러운 주행 질감 특징
-고급 편의품목에 합리적인 시작 가격까지
잘 만든 차에도 아쉬움은 존재한다. 제네시스 GV80 역시 마찬가지였다. 디자인과 고급스러움, 넉넉한 공간, 풍부한 편의품목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대형 SUV였지만 효율만큼은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크고 무거운 차체에 강력한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만큼 연료 소비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으면서 마지막 남은 퍼즐까지 맞췄다. 기존 GV80의 장점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효율과 주행 질감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직접 시승에 나섰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역시 연료 효율이다. 차를 받자마자 곧바로 테스트부터 진행했다. 약 100㎞ 거리를 달렸으며 노멀 모드에서 공조장치를 활성화 하고 주행 환경은 고속도로가 중심이었다. 다만 정체 구간도 제법 많았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목적지까지 약 1시간30분이 소요됐다. 대형 SUV의 효율을 확인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주행을 마친 뒤 트립컴퓨터에 표시된 숫자는 무려 16.2㎞/ℓ였다. 사실 출발 전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환경부 인증 복합 연료효율이 12㎞/ℓ 수준이라는 점에서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에 비해 다소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공인 수치를 크게 웃도는 숫자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차체 크기와 무게를 고려하면 더욱 인상적이다. GV80은 결코 작거나 가벼운 차가 아니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각종 고급 편의품목을 가득 채운 대형 SUV다. 이런 차가 별다른 부담 없이 16㎞/ℓ를 넘겼다는 사실만으로도 하이브리드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설명한다. 물론 고속도로 비중이 높았고 주행 조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실주행에서 확인한 효율은 분명 만족스러웠다.
여기에는 한 가지 눈여겨볼 특징이 있다. 바로 휠과 타이어 조합이다. 시승차에는 19인치 휠과 265/55 R19 규격의 타이어가 장착돼 있었다. 최근 대형 SUV들이 20인치를 넘어 22인치까지 휠 크기를 키우며 화려한 스타일을 강조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선택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휠과 높은 편평비의 타이어는 승차감과 효율을 고려한 구성이다. 물론 시각적인 만족도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거대한 차체를 가득 채우는 대구경 휠 특유의 당당함이나 역동적인 인상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스타일을 조금 양보하는 대신 우수한 효율과 안락한 승차감을 얻는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선택이다. 무엇보다 GV80 하이브리드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잘 어울린다. 멋보다 실속을 챙겼고 결과는 숫자로 증명했다.
그렇다면 연료 효율을 제외한 주행 상품성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가져온 변화는 단순히 연료 소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주행 전반에 걸친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먼저, 출력이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352마력으로 GV80 2.5 터보의 304마력 대비 최고 출력이 약 16% 커졌다. 구체적으로는 2.5 터보 엔진에, 엔진 시동 및 발전을 담당하는 시동 모터(P1)와 구동 및 회생제동을 담당하는 최고 출력 59.1kW의 구동 모터(P2)를 병렬형 구조를 적용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실제 가속에서도 넉넉한 힘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커다란 차체가 망설임 없이 속도를 높인다. 추월 가속에서도 부족함을 찾기 어렵다. 대형 SUV에 필요한 여유로운 동력 성능을 충분히 갖췄다.
다만 높아진 출력 수치가 그대로 박진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분명 빠르고 잘 달리지만 운전자를 자극하는 성격은 아니다. 엔진 회전수를 높이며 거칠게 질주하거나 강렬한 가속감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차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힘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사용하는 데 집중한다.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당연한 선택이다. GV80은 운전의 즐거움만큼이나 탑승자 모두의 편안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급 SUV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이러한 특징이 더욱 선명해진다. 가속페달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장거리 크루징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예상보다 높아진 속도계 바늘을 발견하게 된다. 그만큼 속도를 높이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고속 안정성도 뛰어나다. 차체는 묵직하게 노면을 붙잡고 달리며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속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능력이 인상적이다.
승차감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전반적인 차의 움직임은 상당히 부드럽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유연하게 걸러내고 차체의 상하 움직임도 차분하게 다스린다. 높은 편평비의 타이어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겠지만 서스펜션을 비롯한 하체 전반의 세팅 역시 안락함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거친 노면을 지날 때도 불필요한 충격을 크게 전달하지 않는다.
반대로 빠르게 스티어링 휠을 꺾으며 코너를 공략하는 상황에서는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차체 크기와 무게가 느껴지고 방향 전환 과정에서도 한 박자 여유가 필요하다. 날렵한 움직임을 기대하며 몰아붙이기보다는 충분히 속도를 줄이고 부드럽게 코너에 진입하는 편이 어울린다. 이는 단점이라기보다 성격의 차이에 가깝다. GV80 하이브리드는 운전자를 흥분시키는 차가 아니라 탑승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차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활용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주행 질감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저속에서는 물론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서도 엔진을 쉽게 깨우지 않는다. 가능한 순간마다 전기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부드럽게 차를 움직인다.
이 과정이 상당히 자연스럽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면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이면서도 매끄러운 반응이 나타난다. 엔진이 개입하는 순간에도 이질감이 크지 않다. 동력원이 바뀌는 과정을 운전자가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을 정도다. 출발과 정지, 재가속을 반복하는 도심에서는 이러한 장점이 더욱 빛난다. 단순히 기름을 덜 먹는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차의 움직임 자체를 한층 고급스럽게 만드는 하이브리드다.
정숙성은 더욱 놀랍다.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순간에는 당연히 조용하지만 엔진이 작동한 이후에도 실내는 평온함을 유지한다. 고속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도 엔진 소리가 쉽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엔진과 변속기를 비롯한 각종 기계 장치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소음과 진동도 상당히 잘 억제했다.
고급차에서 정숙성이 갖는 의미는 크다. 단순히 소리가 작다는 사실을 넘어 탑승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과 신뢰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GV80 하이브리드는 이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굳이 소리를 높여 자신의 성능을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로운 이동을 완성한다. 조용함 자체가 하나의 고급스러운 경험으로 다가온다.
만족스러운 주행을 마친 뒤 차를 세우고 실내외를 살펴봤다. 사실 디자인 변화는 크지 않다. 이번 신차의 핵심이 파워트레인에 있는 만큼 기존 GV80이 지닌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을 택했다.
전면부에서는 새로운 패턴을 적용한 그릴이 눈에 들어온다. 익숙한 두 줄 램프와 웅장한 차체 비율은 그대로지만 세부적인 장식을 달리해 하이브리드만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여기에 신규 외장 색상인 세이셸 베이지를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과도한 변화보다는 기존 디자인의 장점을 살리면서 신선함을 더하는 방식이다.
실내 역시 기본적인 구성은 동일하다. 넓게 펼쳐진 디스플레이와 수평적인 대시보드, 정교하게 마감한 각종 소재가 익숙한 고급스러움을 전달한다. 대신 그릴 패턴과 연결되는 새로운 장식 요소를 적용해 통일감을 높였다.
시트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격자와 퀼팅 등 다양한 무늬를 조합했고 투톤 마감까지 더해 한층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좋은 가죽을 사용했다는 수준을 넘어 시각적인 만족감까지 고려한 모습이다. 작은 장식 하나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느껴진다.
편의 및 안전품목은 여전히 GV80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사실상 고급 SUV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기능을 대부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전석에서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2열 시트를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고 디지털 룸미러도 마련했다. 수십 개의 스피커를 활용하는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은 풍부한 청각적 만족감을 제공한다. 여기에 향의 종류와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자동 디퓨저 기능까지 더했다. 시각과 청각은 물론 후각까지 고려한 고급스러움이다.
2열 공간은 더할 나위 없다. 차체 크기에서 오는 여유가 고스란히 실내로 이어진다. 성인이 앉아도 무릎과 머리 위 공간이 충분하며 장거리 이동에서도 답답함을 느끼기 어렵다. 전용 송풍구와 독립적인 공조 조절 장치, 각종 충전 포트 등 기본적인 편의품목도 충실하다.
여기에 전동식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기능을 통해 원하는 자세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햇빛가리개 역시 전동으로 작동하며 전용 손거울과 선루프까지 마련해 뒷좌석 탑승자를 세심하게 배려했다. 운전석에 앉아 직접 차를 몰아도 좋지만 때로는 2열에 앉아 여유롭게 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트렁크 역시 넉넉하다. 일상적인 짐은 물론 가족 단위 여행에서 필요한 각종 짐을 싣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다양한 수납공간과 소켓을 마련해 활용도를 높였으며 전체적인 공간 구성도 실용적이다. 대형 SUV에 기대하는 공간 활용 능력을 충실하게 구현했다.
이처럼 GV80 하이브리드는 기존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효율과 주행 질감이라는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변화의 방향이다. 전기모터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드러움과 정숙성을 강화했고 이를 통해 고급 SUV로서의 본질적인 가치까지 끌어올렸다.
가격에서도 제네시스의 고민이 엿보인다. GV80 하이브리드는 7,6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물론 절대적인 금액만 놓고 보면 결코 저렴한 차는 아니다. 하지만 기존 가솔린 제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 상승폭이 터무니없이 크지는 않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하고 효율과 주행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름 설득력 있는 가격 설정이다.
물론 제네시스 특유의 다양한 선택품목을 추가하면 가격은 빠르게 올라간다. 원하는 사양을 모두 담다 보면 초기 예상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마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시작 가격을 비교적 신중하게 설정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보다 많은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와 가격에 대한 민감도를 함께 고려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GV80 하이브리드는 새로운 장점을 만들어냈다기보다 기존에 갖고 있던 가치를 완성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디자인은 여전히 당당하고 실내는 고급스러우며 공간과 편의품목은 풍부하다. 여기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 감각, 기대 이상의 효율까지 더해졌다. 그동안 GV80을 마음에 두면서도 연료비 부담 때문에 망설였던 소비자라면 이제는 고민할 이유가 하나 줄어든 셈이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이미 좋은 차를 더 좋게 만드는 일은 더욱 어렵다. GV80 하이브리드는 그 어려운 과제를 제법 훌륭하게 풀어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연비라는 아쉬움을 채워 넣으며 완성형 고급 SUV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