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가을을 닮은 오픈카,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입력 2026년11월04일 08시18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단풍과 어우러진 데빌 오렌지 컬러 인상적
 -네튜노 엔진이 주는 강렬한 운전의 즐거움
 -지붕을 열면 비로소 완성되는 진가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오픈카는 무엇일까. 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 울긋불긋 물든 단풍까지. 이 계절이 주는 낭만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자동차를 떠올리자 가장 먼저 생각난 차가 있다. 바로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다. 단순히 지붕이 열리는 고성능 스포츠카여서가 아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가진 색채와 분위기, 감성까지 모두 담아낼 수 있는 특별한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주한 그란카브리오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시승차에 적용한 데빌 오렌지 컬러가 압권이다.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 사이에 차를 세워두자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강렬한 색상이 오히려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차체를 따라 흐르는 빛과 그림자, 매끄러운 곡선이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작품을 완성한다.

 

 톱을 열면 아름다움은 더욱 극대화된다. 낮고 길게 뻗은 보닛과 유려하게 떨어지는 차체, 군더더기 없이 정리한 후면부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다. 철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기계가 이렇게 우아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무엇보다 주변 자연과 전혀 이질감이 없다. 오히려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존재다.

 

 사람들의 반응도 뜨겁다. 신호 대기 중에는 옆 차선 운전자의 시선이 머물고 길을 걷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늦춘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반가움을 표현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도로 위 모두를 향한 슈퍼스타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다. 

 

 여기에는 대형 오픈카 특유의 당당한 차체도 한 몫 한다. 그란카브리오는 일반적인 2인승 로드스터와는 확연히 다른 비율을 갖고 있다. 긴 보닛과 넉넉한 휠베이스, 낮게 깔린 차체가 만들어내는 실루엣은 전통적인 그랜드 투어러의 정석에 가깝다. 네 명이서 온전히 즐길 수 있으며 덕분에 화려한 색상에도 가벼워 보이지 않고, 우아함 속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론 처음 운전대를 잡으면 넓은 차폭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에서는 평소보다 신중하게 차를 다뤄야 한다. 그러나 차체 감각이 손에 익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늘씬한 차체가 운전자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큰 덩치에서 비롯되는 부담감도 빠르게 사라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차와 운전자가 하나가 된 듯한 친밀감마저 느껴진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어디서나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자동차. 그란카브리오가 가진 매력의 시작이다.

 

 실내는 고급스러움의 향연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최고급 소재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드러운 가죽과 탄소섬유 장식, 정교하게 가공한 금속 스피커 커버가 공간 곳곳을 채운다. 유광 블랙 장식과 촘촘한 스티치 역시 허투루 마무리한 곳을 찾기 어렵다. 각각의 소재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길고 커다란 도어와 두툼한 시트도 인상적이다. 몸을 감싸는 시트는 고급 가구에 앉은 듯한 만족감을 주고, 넓은 실내 구성은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화려함을 위해 고급 소재를 무작정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손이 닿고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특별한 감각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그란카브리오가 단순한 스포츠카가 아닌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라는 사실을 실내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요소도 적극적이다. 운전석 앞에는 풀 디지털 계기판이 자리하고 중앙에는 위아래로 이어지는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끈다. 특히 아래쪽으로 부드럽게 굽어 내려오는 화면 구성은 실내에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각종 기능을 터치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으며 메뉴 구성도 비교적 직관적이다.

 











 

 아래쪽 디스플레이의 활용도가 높다. 공조장치와 시트 관련 기능은 물론, 중앙의 원형 그래픽을 활용한 설정과 소프트톱 개폐 기능까지 한곳에서 다룰 수 있다. 여러 기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덕분에 조작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화면을 누를 때의 반응도 경쾌해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다루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센터 터널은 상대적으로 평범하다. 수납공간과 컵홀더가 마련돼 있지만 크기가 넉넉하지는 않다. 일상적인 소지품을 보관하거나 여러 음료를 놓기에는 다소 아쉬운 구성이다. 다만 그란카브리오가 공간 활용성을 최우선으로 개발한 자동차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놀라운 것은 2열이다. 오픈카라고 해서 뒷좌석을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수준이 아니다. 성인이 앉아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실질적인 공간을 확보했다. 넉넉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무릎 공간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중앙에는 간단한 편의 기능도 마련했다. 물론 앞좌석만큼 편안하지는 않지만 4명이 함께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경쟁력이다.

 

 반대로 트렁크는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하다. 특히, 톱을 열면 접힌 지붕을 보관할 공간이 필요해 실제 적재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된다. 여행용 가방을 여러 개 싣거나 부피가 큰 짐을 넣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장거리 여행을 계획한다면 짐을 효율적으로 꾸리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성능은 트로페오라는 이름에 걸맞다. 보닛 아래에는 마세라티가 자랑하는 3.0ℓ V6 트윈터보 네튜노 엔진이 자리한다.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6.3㎏·m를 발휘하며 8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이 맞물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6초, 최고속도는 시속 316㎞에 달한다. 우아한 외모 속에 슈퍼카에 버금가는 강력한 심장을 품은 셈이다. 

 











 

 네튜노 엔진은 경험할수록 감탄하게 된다. 최근 마세라티의 여러 고성능 제품에서 만날 수 있는 엔진인데 탈 때마다 완성도에 놀란다. 회전 질감이 매끄럽고 출력이 솟아나는 과정도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운전자가 언제 강력한 힘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반응하는 듯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출력을 쏟아내고 여유롭게 달릴 때는 힘을 숨긴 채 부드러운 움직임을 이어간다.

 

 여기에는 변속기의 역할도 크다. 엔진과의 궁합이 상당히 좋다. 단수를 올리고 내리는 과정이 절도 있고 정확하다. 가속을 이어갈 때는 동력 전달이 끊어지는 느낌을 최소화하면서도 변속 순간의 짜릿함은 놓치지 않는다. 감속할 때 역시 적절한 단수를 빠르게 찾아 들어간다. 엔진과 변속기가 서로의 움직임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경쟁 고성능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조합이다.

 

 그렇다면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 답은 주행 모드를 바꾸는 순간 드러난다. 스포츠 모드에 들어서면 차의 성격이 확연히 달라진다. 가속페달 반응이 한층 적극적으로 변하고 엔진과 변속기 역시 더욱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차체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면서 운전자의 작은 조작에도 민첩하게 반응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다루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유지하면서도 일반적인 자동차의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연상시킬 만큼 강렬한 성격을 드러낸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자극을 적절하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높다.

 











 

 절정은 코르사 모드다. 스포츠 모드에서 느꼈던 긴장감이 한 단계 더 올라간다. 가속페달의 민감도는 극적으로 높아지고 엔진은 언제든 폭발적인 힘을 쏟아낼 준비를 마친다. 차체의 움직임도 훨씬 날카로워진다. 특히, 주행 보조 장치의 개입 수준이 달라지면서 운전자의 조작에 더욱 직접적으로 반응한다.

 

 워낙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 순간적으로 뒷부분이 움찔하는 움직임도 경험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다. 차가 미끄러지려는 순간 전자장비가 모든 상황을 즉각 정리해 주는 요즘의 자동차와는 성격이 다르다. 운전자가 스스로 차체의 움직임을 읽고 적절하게 대응할 여지를 남겨둔다. 물론 안전장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운전자가 감당해야 할 영역이 확실히 넓어진다.

 

 이 부분에서 마세라티가 추구하는 운전 철학이 드러난다. 요즘 자동차들은 운전자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수많은 전자장비를 동원한다. 빠르고 안전하며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술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운전자가 차와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영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란카브리오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적어도 코르사 모드에서는 운전자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한다. 동시에 그 판단에 따른 책임 역시 운전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자동차를 빠르게 이동하는 수단이 아닌 운전자가 직접 다루고 이해해야 하는 기계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신경을 기울이게 된다. 모든 것을 자동차가 대신해 주는 시대에 이처럼 진한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마세라티를 이야기하면서 사운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배기음은 점점 날카롭고 강렬해진다. 낮은 회전 영역에서는 묵직하게 울리다가 고회전으로 향할수록 특유의 금속성 음색이 귓가를 자극한다. 단순히 소리가 큰 것이 아니라 회전수와 부하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는 과정이 무척 매력적이다.

 

 특히, 단수를 바꾸는 순간이 압권이다. 가속을 이어가다 변속이 이뤄질 때 터져 나오는 배기음은 그야말로 도파민을 자극한다. 한 번 듣고 나면 다시 경험하고 싶어 질 정도다. 가속과 감속, 변속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리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마치 열정적인 교향곡을 듣는 기분이다. 더욱 특별한 점은 이 모든 연주의 지휘자가 바로 운전자라는 사실이다.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는 손끝에 따라 음색과 리듬이 달라지고 가속페달을 다루는 발끝에서 새로운 선율이 만들어진다.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쥔 듯한 기분이다. 마세라티가 오랫동안 쌓아온 사운드의 매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한바탕 열정적인 주행을 마치고 숨을 고른다. 이제는 그란카브리오의 또 다른 매력을 경험할 차례다. 바로 톱을 여는 순간이다. 지붕이 사라지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머리 위로 파란 하늘이 들어오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온몸을 감싼다. 창문 너머로 바라보던 풍경이 어느새 나를 둘러싼 공간으로 바뀐다.

 

 이때부터는 굳이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천천히 달릴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느껴진다. 서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길가의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실내를 지나간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주변 자연의 작은 움직임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을 풍경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놀라운 것은 감각의 변화다. 지붕을 닫고 달릴 때는 엔진과 차체의 움직임에 집중했다면 톱을 연 순간부터는 자동차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드라이빙의 일부가 된다. 시각과 청각, 촉각이 동시에 깨어나는 느낌이다. 운전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이동을 넘어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 바뀐다.

 

 여기에 소너스 파베르 사운드 시스템이 감성을 더한다. 톱을 연 상태에서도 음악의 선명함이 상당하다. 외부 소음과 바람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환경임에도 악기와 보컬의 존재감이 또렷하게 전달된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가을 풍경 속을 달리다 보면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 뒤로 따뜻한 바람을 보내는 넥 워머 역시 완벽한 조력자다. 가을 특유의 서늘한 기온에서도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덕분에 조금 쌀쌀한 날씨에도 톱을 열고 달리는 즐거움을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된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란카브리오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그란카브리오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하고 지나온 시간을 반추하며 앞으로의 삶을 떠올리게 만든다. 자동차를 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어쩌면 오픈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이제 마지막 결론을 내본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매력을 절묘하게 담아낸 자동차다. 마음먹고 달리기 시작하면 550마력의 강력한 성능과 짜릿한 사운드로 운전자를 흥분시키고 톱을 열고 여유롭게 달릴 때는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여행의 동반자가 된다. 극단적인 역동성과 우아한 여유로움이 한 차 안에 공존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런 관점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매력을 지녔다.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정교한 실내,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 운전자와의 깊은 교감, 그리고 자연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오픈 에어링까지. 어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모든 요소가 하나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진가가 드러난다.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오픈카를 찾겠다는 처음의 미션은 그렇게 답을 찾았다. 단풍을 닮은 색으로 자연에 녹아들고 지붕을 열면 계절 전체를 품에 안는 자동차.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는 가을을 바라보는 차가 아니라 가을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차다. 이보다 낭만적인 가을 드라이빙이 또 있을까 싶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원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