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정 없다"..수입차 위탁 판매제, 시장 투명성 높일까?

입력 2025년05월07일 09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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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푸조 이어 벤츠·JLR도 논의
 -가격 구조 투명화, 소비자에게 유리
 -딜러사, 재고·경쟁 부담 완화 효과

 

 수입차는 발품을 팔수록 싸진다. 누구에게 사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지고, ‘서비스’라 불리는 암묵적 할인도 뒤따른다. 결국 이 시장은 가격표보다 말이 먼저 오간다. 투명성은 흐려지고 흥정은 경쟁이란 이름 아래 출혈로 이어져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흐릿한 '가격 게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혼다코리아가 2023년 직접 판매 체계로 전환한 데 이어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최근 푸조 308 하이브리드 출시와 함께 위탁판매를 공식화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JLR(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같은 전략을 검토 중이다. 

 

 통상적인 수입차는 딜러 매입 판매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딜러사가 수입사로부터 차를 직접 구입해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구조다. 재고 부담도 딜러가 동시에 떠안아야 하다보니 프로모션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클 수 있다는 점을 안고 있다. 

 

 반면, 수입차업계가 도입하고 있는 위탁판매제는 정 반대다. 제조사가 가격을 직접 관리하고 딜러는 판매와 인도 등 전통적인 영업만을 하는 방식이다. 딜러사는 재고 부담 없이 투명한 가격 정책을 시행할 수 있고 소비자는 어디서든 동일한 가격으로 차를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수입차가 직접 판매 또는 위탁판매를 택하는 배경에는 바로 브랜드 중심의 소비자 경험 강화가 있다. 위탁판매 방식에서 딜러는 단지 판매·전시·방문객 응대 역할만 수행한다. 덕분에 제조사는 가격, 혜택, 서비스 기준 등을 직접 통제할 수 있고 브랜드 일관성이 강화되는 장점이 있다. 

 

 유통 효율성이 높아지는 점도 긍정 요인이다. 데이터 통합이 용이해짐에 따라 구매 데이터, 차 수요 트렌드, 재고 흐름 등을 제조사가 직접 관리함으로써 마케팅, 물량 도입 계획 등도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다.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유통 구조 재편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는 셈이다. 

 

 업계는 전동화 전환도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평가한다. 전기차는 마진이 낮고 이미 디지털 기반 유통이 일반화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재고 부담이 적고 빠른 피드백이 가능한 직접판매 또는 위탁판매 구조가 이상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딜러사 입장에서도 위탁 판매 방식은 여러 이점을 제공한다. 차 매입으로 인한 금융 비용과 재고 부담이 줄어들고 전국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가 되기 때문에 경쟁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한 판매 중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본사와의 협업 구조를 통해 일관된 가격과 혜택을 제공해 신뢰 확보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전국 어느 전시장에서든 동일한 가격과 혜택으로 구매할 수 있다. 딜러사를 돌아다니며 흥정이 필요 없고, 구매 과정이 간결하고 믿을 수 있다. 또한 시승, 계약, 인도, 사후 서비스까지 브랜드 운영 가이드에 맞춰 표준화되기 때문에 딜러별 편차에서 오는 불만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구매 대기 기간이 단축되고, 재고 상황에 따라 원치 않는 기능을 선택해야 했던 불편함 등도 해소될 수 있다. 특히 딜러 재고 중심의 할인, 덤핑 등으로 흔들리던 중고차 시세 방어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는 스텔란티스코리아가 도입한 푸조 위탁판매제를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한다. 308 하이브리드의 내연기관 대비 가격 격차는 310만원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가 내연기관 대비 1,000만원 가량의 간극을 갖고 있는 것과는 차이다. 더욱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팔리는 푸조 308과도 19~34%, 호주보다는 5% 저렴하다. 

 

 스텔란티스코리아 방실 대표는 이 같은 배경에 “위탁 판매 체제는 딜러사의 재고 부담이 없어지면서 마진을 낮출 수 있었다”면서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동일한 가격으로 변동 없이 일관된 조건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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