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디자인과 강력한 디지털 요소 조합
-부드럽고 탄탄한 운전 재미 살린 가솔린
-강력한 펀치력과 정숙성, 효율 챙긴 디젤
BMW X3의 인기가 상당하다. 신형이 출시 된 지 반 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수개월에 달하는 대기가 있고 신차급 중고차의 경우 매물이 올라오는 즉시 판매 될 정도다. 그만큼 신형 X3는 BMW 전체 판매에서도 빠르게 비중을 확대하며 브랜드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인기 이유로는 완전변경의 특징을 살린 디자인부터 기능, 구성까지 높아진 상품성이 대표적이다. 또 다양한 트림을 마련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 점도 주효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가솔린과 디젤을 준비한 뒤 비교해 봤다. X3 20 M스포츠 패키지(이하 MSP) 프로와 X3 20d MSP는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면서도 극과 극 성격을 갖춰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했다.
▲MSP와 MSP 프로 뭐가 다를까?
먼저, 두 차를 고른 이유가 있다. X3 디젤의 경우 MSP가 최 상단에 위치한 트림이며 가솔린 MSP 프로 트림과 거의 유사한 구성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20인치 휠과 하만카돈 서라운드 시스템 등이다. 반면, 가솔린 MSP의 경우 19인치 휠이 들어가고 기본 오디오 구성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디젤 MSP와 가솔린 MSP 프로가 100만원 정도로 근소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물론 프로 트림만의 차별화 포인트도 있다. 우선, 브레이크 캘리퍼가 일반 MSP는 블루, MSP 프로는 레드로 칠해져 있다. 이와 함께 그릴 테두리를 유광블랙으로 칠해 통일감을 살렸으며 앞뒤 램프 속 베젤도 블랙으로 마감했다. 반면 일반 MSP는 무광 은색 그릴과 클리어 타입 램프가 들어간다.
<좌: 가솔린 MSP 프로, 우: 디젤 MSP>
<좌: 디젤 MSP, 우: 가솔린 MSP 프로>
<좌: 가솔린 MSP 프로, 우: 디젤 MSP>
미묘한 변화는 실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소재다. MSP는 대시보드와 도어패널을 감싸는 부분이 일반적인 차들에서 볼 법한 매끈한 재질로 되어있다. 가죽 느낌을 구현한 모습인데 익숙하면서도 깔끔한 게 특징이다. 반대로 MSP 프로는 리사이클링 패브릭 소재다. 단단한 직조가 인상적이며 따뜻함을 강조한 고급 라운지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물론 소재에 대해서는 개인의 취향이 나뉠 듯하지만 두 트림 도두 매력적인 건 같다.
▲신형다운 매력 드러내는 당당한 존재감
디테일한 부분의 차이를 제외하면 디젤 MSP와 가솔린 MSP 프로는 거의 모든 구성이 동일하다. 완전변경 다운 신선한 디자인과 커다란 덩치, 최신 편의 및 안전 품목도 차별없이 가득하다. 큼직한 키드니 그릴은 주변에 조명을 두른 아이코닉 글로우와 함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눈꼬리를 찢은 헤드램프는 명확한 인상을 심어준다.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자태와 캐릭터라인,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벨트라인 등은 SUV의 듬직함을 이상적으로 표현했다. 뒤는 여백의 미를 살려 모던하고 심플하다. 균형 잡힌 테일램프와 트렁크 주름, 범퍼 형상까지 호불호 없는 만족스러운 룩이다.
이 같은 기조는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불필요한 버튼을 최소화하고 비대칭 사선을 감각적으로 그려 넣어 샤프함을 키운 것. 중심에는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일체형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있다. 커다란 화면과 얇은 배젤도 좋지만 속을 채우고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환상이다. OS 9으로 진화한 소프트웨어이며 차의 모든 기능을 쉽게 다룰 수 있다.
음성인식율과 범위도 넓어서 한번 익으면 무척 편리하다. 이 외에 티맵을 순정으로 제공하며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헤드업디스플레이 연동도 우수하다. 여기에 에어컨솔 게임, OTT 플랫폼 영상, 줌미팅 등을 구현하며 웬만한 테블릿 PC보다 하는 일이 많다.
교묘하게 감춰 놓은 송풍구, 그라데이션 효과를 넣어 한 층 고급스러운 인터렉션 바, 전자 조절식 바람 새기 등 온통 신선한 구성으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마냥 멋만 부리지 않았다. 쥬얼리 박스라고 불리는 넓은 센터터널 수납함과 깊은 컵홀더, 도어 안쪽 공간 등 SUV가 갖춰야할 활용성은 라이벌을 압도한다. 한 두 번 만들어본 솜씨가 아니며 SUV 개발 노하우가 넘쳐 흐르는 게 바로 신형 X3다.
2열 공간은 무난하다. 차의 크기나 세그먼트를 감안하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한 수준을 보여주며 불만이 나오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반대로 개방감은 기대 이상이다. 어떠한 장애물도 없이 뻥 뚫린 글라스 루프가 한 몫 했다.
편의품목도 넉넉한데 전용 송풍구와 터치 조절 공조장치, USB 충전 포트, 측면 햇빛가리개, 컵홀더 겸 팔걸이까지 좋은 구성이다. 트렁크는 네모 반듯하며 양 옆과 바닥면에도 여분의 공간이 잘 뚫려있다. 견고한 러기지 스크린은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트레이까지 있어 프리미엄 브랜드 다운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가솔린의 유쾌 상쾌 통괘한 진짜 운전 재미
먼저 운전대를 잡은 건 가솔린 버전의 X3 20 MSP 프로다. 직렬 4기통 2.0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1.6㎏∙m를 발휘한다. 여기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맞물려 부드러운 주행 감각과 추가적인 힘을 보장한다. 사실 해당 유닛은 다른 BMW 라인업에서도 두루 사용하며 검증을 마쳤다. 그만큼 익숙하면서도 평범한 성격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무나 큰 착각이었다.
신형 X3에 맞게 세팅 값을 전부 바꿔 매력을 극대화한 것. 가속 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초반 가속이 민첩해 덩치와 무게를 잊을 만큼 가뿐하게 달려나간다. 또 중속으로 향하는 과정도 상당히 빠르다. 가솔린 특유의 부드러운 엔진 회전수를 바탕으로 리스폰스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기분 좋은 가속감을 경험하고 나면 브레이크 페달에 쉽게 발이 가지 않는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3시리즈 세단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상쾌함이 일품이다. 여기에는 운전 재미를 높이는 요소도 큰 역할을 했다. 바로 M 스포츠 서스펜션과 가변식 스티어링이다. MSP 프로에만 탑재돼 있는데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다.
먼저 M 스포츠 서스펜션은 주행 모드에 따라 성격을 바꿔가며 깊은 만족을 준다. 탄탄하게 노면을 움켜쥐고 달리며 불필요한 진동은 최대한 걸러낸다. 신형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뼈대와 궁합이 잘 맞으며 사륜구동 x드라이브 시스템과의 합도 우수하다(참고로 신형 X3는 전 트림 x드라이브가 기본이다).
또 가변식 스티어링은 차의 속도와 주행 상황, 운전자 의도에 맞춰 유연하게 행동하고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이끈다. 반복되는 와인딩 로드나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는 순간에는 더욱 절도 있게 반응하며 운전 피로도 또한 크게 줄인다. 이처럼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높이는 각각의 요소가 아름답게 시너지 효과를 내며 운전 재미와 즐거움의 결과를 보여준다.
▲묵직한 한방, 알찬 효율, 정숙성까지 만능 디젤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마치고 이번에는 디젤인 20d MSP로 옮겨 탔다. 시동을 켜는 과정부터 감동이다. 그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 없던 것. 엔진이 정말 깨어났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어떠한 미동과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이는 주행을 하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저속에서 중속을 향해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매끄럽고 디젤 특유의 진동과 떨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주는 혜택을 가장 잘 누린 결과이며 신의 한수가 된다. 전기 에너지가 출발과 감속은 물론 추가적인 힘까지 전부 책임지기 때문에 디젤이 갖고 있던 아쉬움을 완벽하 지워버린다.
<위: 가솔린 MSP 프로, 아래: 디젤 MSP>
물론 회전질감이라는 부분에서는 디젤 특유의 성격이 드러난다. 이는 기본적인 엔진이 갖고 있는 특성이기 때문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오히려 평소 디젤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날려버리고 반전 매력을 드러내는 지금의 세팅이 더 깊은 여운으로 다가오며 운전을 할수록 만족감은 배가 되어 돌아온다.
반대로 일정 속도에 차를 올려 놓은 뒤에는 디젤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두드러진다. 바로 출력과 토크의 합이다. 참고로 20d MSP는 직렬 4기통 2.0 싱글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197마력,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한다. 가솔린보다 높은 수치이며 실제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도 7.7초로 가솔린(8.5초)보다 0.8초 빠르다.
특히, 디젤 특유의 토크감이 일품인데 순간 터져 나오는 편치력이 기가 막힌다. 최대토크 밴드가 실용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큰 이점으로 작용했고 고 회전 영역에서는 출력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에너지가 도와주기 때문에 성능에 있어서도 부족함이 없다. 한번에 훅 하고 달려나가는 느낌이 매우 좋고 묵직하면서도 진중하게 뻗어 나가는 가속이 믿음직스럽다.
디젤의 강점인 연료 효율은 기대 이상이다. 환경부 인증 복합 14㎞/ℓ인데 실제로 트립컴퓨터 숫자는 훨씬 높았다. 도심 출퇴근 길에서는 ℓ당 17㎞를 보여줬고 고속도로 정속주행을 하면 20㎞/ℓ를 가뿐히 넘긴다.
스포츠 모드에 두고 역동적으로 달려야 14㎞/ℓ 숫자를 볼 수 있었다. 기름을 가득 넣으면 주행가능거리는 1000㎞를 단번에 넘기고 게이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기이한 현상도 경험할 수 있다. 중장기 소유 기준 비용으로만 따지면 하이브리드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BMW식으로 풀어낸 공통 분모
가솔린과 디젤 두 차의 성격은 극명하게 달랐지만 반대로 공통점도 찾아볼 수 있었다. 바로 BMW특유의 주행 감각과 탄탄한 기본기다. 반 박자 먼저 행동하는 엔진의 센스, 직결감이 일품인 변속기, 지오메트리 노하우가 빛을 발휘하는 고속안정성, 무엇보다도 변함없는 BMW 드라이빙 감각은 연료의 구분이 없다.
그만큼 어떤 타입을 선택하던 지 BMW가 주는 가치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으며 후회는 없을 듯하다. 차를 마주하고 시동을 걸고 운전을 하며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하고 뒤돌아보는 순간까지 전부 만족할 수 있다.
나의 운전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가솔린과 디젤, 합리적인 선택만 하면 된다. 잘 만든 프리미엄 중형 SUV이며 전동화 전환 과도기인 지금의 상황에서 절정으로 오른 완성도 높은 내연기관을 경험하고 싶다면 신형 X3가 답이다.
한편, 신형 X3의 가격은 20 x드라이브가 6,890만원~7,990만원, 20d x드라이브가 7,270만원~7,890만원이며 단일 트림으로 출시한 M50 x드라이브는 9,9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