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고요함에 모험을 더하다'..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

입력 2025년09월12일 09시25분 박홍준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고요함 위에 아웃도어 여유 얹어
 -듀얼 모터 AWD, 즉각적이고 단단함 보여줘
 -작은 차급에서 구현한 북유럽식 '생활공간'도 인상적

 

 볼보 EX30의 첫인상이 수도원의 독방 같았다면, EX30 크로스컨트리(EX30 CC)는 그 침묵의 방을 나와 숲길로 발걸음을 옮긴 듯한 차다. 여전히 단정하고 고요하지만 높아진 차체와 두툼해진 디테일, 사륜구동이 주는 여유는 고요한 긴장감에 작은 들숨을 불어넣는다. 마치 수도사복 위에 두툼한 외투를 걸친 느낌이다.

 


 

 ▲디자인&상품성

 EX30CC의 외관은 기능적 디테일이 더해져 눈에 띈다. 전면 블랙 쉴드 패널에는 스웨덴 북부 케브네카이세 산맥 지형도를 형상화한 패턴이 새겨져 있다. 단순한 장식은 아니다. 크로스컨트리를 상징하는 문장 같은 요소다. 전후면에 붙은 스키드 플레이트는 과시적이지 않지만 보는 순간 오프로드를 향한 준비성을 느끼게 한다.

 





 

 측면에서는 매트 블랙 휠 아치와 19인치 매트 그라파이트 휠이 눈길을 끈다. 기존 EX30의 세련미를 유지하면서도 ‘숲길에서 긁혀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루프는 블랙 투톤으로 마감돼 차체 비율이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얻는다. 후면부에서도 테일램프 위에 리어 스포일러와 리어 포그램프를 추가해 단정한 선 위에 힘을 보탰다.

 

 실내는 본질적으로 EX30과 동일하다. 계기판과 스위치를 과감히 덜어낸 대시보드는 탑승자 앞에 넓은 수평선을 펼쳐놓으며, 단순함이 곧 확장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단일 트림인 파인 인테리어가 적용돼 천연 아마씨 섬유, 울 블렌드, 노르디코 소재로 지속 가능성도 확보했다. 

 


 

 센터 콘솔은 앞뒤로 슬라이딩할 수 있어 수납 공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대형 수납함은 차급 대비 넉넉하다. 도어에는 별도의 스피커를 배치하지 않아 얇은 도어 패널 자체가 더 많은 포켓 공간으로 활용된다. 단순한 ‘작은 SUV’가 아니라, 여유로운 북유럽식 공간으로 체감되게 한다.

 

 다만 기능적으로는 조금 다르다. 원페달 주행은 끄기·저·고 3단계로 세분화했고 전진 크립 주행 기능은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감각을 제공한다. 이 외 주차 중에도 쾌적함을 유지하는 주차 컴포트 모드나 공기를 빠르게 환기하는 리프레시 모드 같은 실내 환경 프로그램은 장시간 머무는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성능

 EX30 CC의 핵심은 듀얼 모터 기반 사륜구동이다. 최고출력 428마력, 최대토크 55.4㎏·m,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는 단 3.7초만에 끊어낸다. EX30보다 훨씬 강력한 수치인 데다, 플래그십 제품군과 비교해도 뚤리지 않는 성능이다. 

 


 

 실제 체감도 다르다. EX30이 뒷바퀴로 차분히 밀어내며 속도를 쌓아간다면 CC는 가속이 더 짧고 직설적으로 느껴진다. 도로 위에서 차가 달린다기보다 튀어나온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즉각적이다.

 

 서스펜션은 전용 컴포트 섀시로 세팅돼 지상고가 19㎜ 높아졌다. 덕분에 요철이나 비포장 노면에서 차체가 여유롭게 반응하며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승차감은 단단하지만 거칠지 않고 충격의 여운은 짧고 담백하다. 

 

 도심에서는 여전히 절제된 차분함이 유지되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CC는 오히려 더 단단히 노면을 움켜쥔다. EX30이 고요한 수도원 복도라면 CC는 수도원을 둘러싼 숲길을 걷는 느낌이다.

 


 

 회생제동은 EX30보다 더 유연하게 조정 가능하다. 세부 세팅이 가능해지면서 운전자가 원하는 리듬을 찾기 수월하다. 특히 원페달 주행은 고속도로보다는 도심에서 편하게 쓸 수 있다. 정차와 출발이 많은 환경에서 부드러운 리듬을 만들어내다 보면 효율도, 편안함도 챙길 수 있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인상적이다. 시속 100㎞를 넘나들 때조차 실내의 고요함은 크게 흐트러지지 않고 유리창 너머의 공기만 빠르게 흘러간다. 속도를 올려도 흥분하지 않고 차체가 흔들리지 않으며 방향을 틀어도 차분하게 자세를 복구한다. 운전자를 자극하지 않고 그 대신 믿게 만든다.

 

 운전자의 시선을 감지하는 IR 센서는 졸음이나 주의 산만을 경고하고 문을 열기 전 다가오는 보행자나 자전거를 감지해 사고를 미연에 막는다. 주행 보조 시스템은 정밀하게 작동하며 자동 주차 기능은 여유 있는 공간 감각으로 운전자를 돕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차가 어떤 위급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시스템은 예민하지만 조용히 작동하며 운전자가 놀라지 않도록 배려되어 있다. 

 


 

 ▲총평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큰 차이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고요함은 유지되지만, 그 안에서 분명히 다른 긴장과 여유가 공존했다. 그런 점에서 EX30 CC는 단순히 EX30에 ‘CC’ 레터링을 붙여놓은 차가 아니다. 고요함이라는 본질은 그대로 두면서 그 위에 활동성과 퍼포먼스를 덧입혔다. 디자인은 더 단단하고 기능적이며 사륜구동 듀얼 모터는 차를 더 강력하고 직설적으로 만든다.

 

 EX30을 택할지, EX30 CC를 택할지는 결국 운전자가 어디까지 발걸음을 내딛고 싶은지에 달려 있다. EX30 CC의 판매가는 5,516만원(친환경 세제 혜택 후, 보조금 미포함).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