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시장 내 일본차와 정면 승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약 60㎞ 떨어진 델타마스 공단 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2022년 3월에 완공됐다. 동남아 지역 내 단독으로는 인도네시아가 처음이다. 설립 당시 현대차는 인구 7억명의 아세안 지역 공략을 위한 교두보, 평균 30세의 젊은 소비층을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은 이유는 EV 가치 사슬이다.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이 풍부했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젊은 인구 비중도 감안했다. 현대차 글로벌 전략의 마지막 퍼즐로 여겨진 동남아의 생산 거점으로 인도네시아가 선택된 배경이다. 실제 현대차는 그간 선진 시장에서 일본, 독일, 미국 기업 등과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나름의 성과를 얻어냈다. 이렇게 얻어낸 양적 성장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톱3로 밀어 올렸고 이제 세계 시장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론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중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전략에서 동남아는 늘 약한 고리로 존재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동남아 지역이지만 이구동성으로 쏟아내는 말이 ‘한국차 보기 어렵다’는 표현이다. 실제 일본차 천국은 통계가 입증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운행되는 자동차의 87%가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브랜드다. 게다가 판매 상위 톱5 또한 모두 일본차다. 1960년대부터 진출해 현지 문화에 철저히 동화된 덕분이다. 오히려 현지만의 독특한 자동차 문화를 만들며 지배력을 공고히 해왔다. 신차 판매부터 중고차, 폐차, 부품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이 일본차 중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세워진 공장은 철저한 현지화 기반에서 출발한다. 지난달 27일 현지에서 만난 HMMI 관계자는 “공장의 핵심 가치는 제품 생산이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동남아 소비자에게 품질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며 “생산성보다 품질에 모든 초점을 둔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도로 환경, 고온의 기후 조건에서 현지 소비자가 원하는 바는 바로 내구성이라는 뜻이다. 
 
			
				
					
					
				
			
 
 내구성을 경험하려면 무엇보다 제품 경험이 사전에 축적돼야 한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최대 판매사 마주모터그룹의 사무리 프라위로 판매 책임자는 “일본차의 견고한 아성을 넘기 위해 소비자에게 강조하는 것은 디자인과 제품력”이라며 “디자인이 충분한 시선을 끌어들이는 만큼 소비자의 제품력 체감 방안을 적극 마케팅한다”고 설명한다. 일본 브랜드의 높은 장벽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제품력을 토대로 현대차만의 브랜드 존재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선 중국 전기 브랜드의 활약이 거세다. 현지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에 중국 전기차 브랜드만 10곳이 넘게 진출했다”며 “현대차 또한 아이오닉5 등을 앞세워 시장 내 경쟁에 나서는 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차에게 우선 공략 대상은 무섭게 쏟아지는 중국 전기차가 아니라 현지를 지배하는 일본 극복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주목한 소비층이 30대다. 60년 동안 토요타가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며 대대손손 소비층을 형성했다면 젊은 소비자는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는 점을 파악한 것. 현대차 관계자는 “성장하는 모든 도시가 마찬가지인 것처럼 인도네시아도 수도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젊은 소비층이 매년 가파르게 증가한다”며 “현대차는 이들에게 젊고 새로운 브랜드로 충분히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마련한 방안이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이다. 현대캐피탈의 직접 진출로 신차에 대한 경제적 접근을 훨씬 밀착시킨 것. 현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래서 잔존가치 보장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초기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데 치중한다”고 말한다. 사무리 프라위로 판매 책임은 “젊은 소비층은 장기적 이자 부담보다 초기 비용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며 “제품, 브랜드, 금융 전략 등을 모두 활용해 일본차와 경쟁하는 중”이라고 덧붙인다.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차와 경쟁한다는 것은 결국 시간 싸움이다. 그리고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선 현지 전략 차종의 필요성이 매우 높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이 오랜 시간 만들어 놓은 제품 문화를 뒤집으려면 현지 문화에 맞는 핵심 제품이 필요하다”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일본이 7인승 MPV 시장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현대차가 이를 바꾸기 위한 핵심 제품 전략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수도를 중심으로 소득이 늘어가는 만큼 단조로운 7인승 MPV 시장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이때 주도권을 현대차가 확보해 일본의 아성을 넘으려 한다. 
 
 미래적 관점에서 볼 때 동남아 전체 시장은 작다. 그러나 현대차 관점에선 반드시 시장 내 존재감이 필요한 마지막 퍼즐이다. 이를 위해 이제 막 시작된 현지 진출은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와 직접적인 경쟁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일본차 문화를 한국차 문화로 바꿀 때 미래 경쟁력이 확보된다. 아이오닉5 BEV, 일부 HEV 등 고효율 차종 이외 다양한 상품 개발에 적극적인 이유도 결국 일본차의 아성을 넘기 위한 도전의 일환이다. 
 
 자카르타=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