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리무진 SUV라는 해답, 벤틀리 벤테이가 EWB

입력 2025년12월18일 10시4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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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셔리 세단의 가치, SUV에 담아내
 -쇼퍼드리븐으로서의 성격 충분, 뮬리너의 고급감까지

 

 우리가 럭셔리카를 원하는 이유는 아주 분명하다. 빠르기 때문도 크기 때문도 아니다. 여유롭기 때문이다. 속도를 내지 않아도 급하지 않고 굳이 달리지 않아도 언제든 달릴 수 있다는 확신. 우리가 오랫동안 럭셔리 세단에 기대해온 본질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벤틀리 벤테이가 EWB 뮬리너는 그 공식을 SUV의 형태로 옮겨 놓은 차다. 단순히 차체를 키운 차도, 옵션을 더한 상위 트림도 아니다. 벤테이가라는 이름에 ‘쇼퍼드리븐’이라는 해석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철시킨 결과물이다. 

 


 

 ▲디자인&상품성

 벤테이가 EWB 뮬리너의 외관은 플래그십이라는 단어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한 눈에 이해된다. 

 

 특유의 격자형 크롬 패턴은 뮬리너 전용 다이아몬드 매트릭스 그릴로 구현됐고 그릴에서 범퍼까지 이어지는 수평적 구성은 차체의 체급과 위엄을 강조한다. 휠베이스를 180㎜ 늘린 EWB이지만 전폭과 전고는 일반 벤테이가와 동일하다. 자칫 길이가 과장되어보일 수도 있겠건만 오히려 더 안정적인 비례와 묵직함이 강해졌다. 길쭉한 2열 도어는 단연 압권이다.

 

 측면에는 뮬리너 전용 배지와 셀프 레벨링 휠 배지가 적용된 22인치 전용 휠이 장착된다. 번쩍이는 화려함보다는, 명확한 위계가 느껴지는 구성이다. 단순한 고급 SUV가 아니라 벤틀리 라인업의 정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드러낸다.

 

 



 

  실내에 들어서면 벤테이가 EWB 뮬리너의 성격은 더욱 분명해진다. 차의 중심은 운전석이 아니라 2열이다. 다이아몬드 퀼팅 패턴은 물론이고 가죽과 우드의 사용 비중은 플라잉스퍼 못지않다. 

 

 차 문을 닫는 순간 코끝을 자극하는 알싸한 가죽 냄새는 이 공간이 어떤 성격의 차인지 가장 먼저 설명한다.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이나 우레탄 소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손이 닿는 대부분의 면이 가죽으로 덮여 있고 버튼과 다이얼의 조작감은 맞춤 제작 가구를 연상시킨다.

 

 뮬리너 버전에는 벤틀리 에어라인 시트가 기본 적용된다. 프라이빗 제트기의 일등석에서 영감을 받은 시트는 단순히 편안한 수준을 넘어 이동 중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22방향 전동 조절 기능과 두툼한 쿠션, 릴렉스 모드에서 전개되는 풋레스트는 2열을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끌어올린다. 

 

 여기에 자동 온도 감지 시스템과 자세 조정 시스템은 장시간 이동에서도 피로를 최소화한다. 파워 클로징 도어, 다이아몬드 일루미네이션, 뮬리너 콘솔 보틀 쿨러까지 더해진 구성은 그간 생각해왔던 SUV의 2열이라는 개념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

 


 

 ▲성능

 벤테이가 EWB 뮬리너에는 4.0ℓ V8 트윈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는 78.5㎏·m다. 체급에 걸맞는 파워트레인과 그에 걸맞는 출력을 갖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치만 보면 차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벤테이가 EWB 뮬리너에서 힘은 과시를 위한 장치가 아니다. 여유로운 주행질감, 그리고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풍부한 여유. 이 지점에서 가치를 드러낸다.

 

 시동을 걸면 묵직한 배기음이 한차례 존재를 알리지만, 곧바로 정숙한 상태로 돌아간다. 두툼하게 보강된 방음·방진 설계는 실내를 고요하게 유지하고 특히 2열에서는 속도감 자체가 철저히 차단된다.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인지할 필요가 없다.

 

 에어 서스펜션과 48V 기반의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 그리고 전자제어식 올 휠 스티어링은 긴 휠베이스의 부담을 효과적으로 지운다. 차체는 항상 안정적으로 수평을 유지하고, 잔진동은 대부분 걸러진다. 저속에서는 의외로 민첩하게 반응하고 고속에서는 차체가 노면에 단단히 눌러붙는다.

 


 


 

 흥미로운 장면은 고갯길에서 연출된다. 리무진 성격의 대형 SUV로 와인딩을 공략한다는 설정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움직임은 예상과 다르다. 코너 진입 속도를 점차 높여도 차체는 흐트러지지 않고 롤링은 효과적으로 억제된다. 상식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두 가치가 동시에 성립하는 순간이다.

 

 ▲총평
 벤틀리 벤테이가 EWB 뮬리너는 단순히 ‘가장 비싼 벤테이가’가 아니다. 이 차는 벤테이가라는 이름에 쇼퍼드리븐이라는 해석을 완성형으로 더한 차다. 여유로운 주행질감, 그리고 달리고자 한다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풍부한 여유. 우리가 오랫동안 럭셔리 세단에 기대해왔던 가치를 벤틀리는 SUV에 구현해냈다.

 

 운전석에서는 크기를 잊게 만들고, 2열에서는 이동의 피로를 지운다. 빠르지만 서두르지 않고, 강력하지만 과시하지 않는다. 벤테이가 EWB 뮬리너는 럭셔리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는 차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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