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바그너 사임, 벤츠 디자인 '세대교체'

입력 2025년12월22일 11시0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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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년간 벤츠 디자인 이끌어와 
 -후임자에 AMG 디자인 총괄 바스티안 바우디

 

 지난 30여년간 벤츠의 디자인을 이끌어온 고든 바그너가 회사를 떠난다.

 


 

 메르세데스-벤츠AG는 최근 공식 발표를 통해 고든 바그너 최고디자인책임자(CDO)가 본인 요청에 따라 오는 2026년 1월 31일 퇴임한다고 발표했다. 

 

 고든 바그너는 1997년 벤츠에 합류한 뒤 브랜드 디자인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SLR 맥라렌을 디자인하며 주목받았고 2008년 39세라는 나이로 최연소 디자인 총괄 자리에 올라섰다. 이후 A클래스(W176), S클래스(W222) 등 브랜드의 굵직한 전환점에 영향을 미쳤다. 

 

 그의 역할은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타일(Mercedes-Benz Style) 부서를 통해 헬리콥터, 요트, 가구, 주거 프로젝트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디자인 외연을 확장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구축했다. 미국 마이애미의 ‘메르세데스-벤츠 플레이시스’와 같은 부동산 프로젝트 역시 그의 기획 아래 진행됐다.

 

 다만 말년의 평가는 엇갈린다. 전동화 전환과 함께 등장한 EQ 라인업은 지나치게 유사한 외형과 개성 부족으로 비판을 받았고 EQS의 경우 출시 직후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를 서두를 정도로 시장 반응이 냉담했다. 

 


 

 그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벤츠 다움'이 부족했다는 의견들로 귀결된다. 그간 벤츠에 열광케 했던 전통적인 럭셔리 감성 대신 대형 스크린과 디지털 장치에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테크 과잉’으로 트렌트만 쫓았다는 점은 그를 향한 비판의 한 축이었다.

 

 그럼에도 회사는 바그너의 공로를 분명히 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회장은 “고든 바그너는 비전 있는 디자인 철학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며 “혁신적인 제품들이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미학의 상징이 되도록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벤츠는 바그너의 후임으로 메르세데스-AMG 디자인 총괄 바스티안 바우디를 내정했다. AMG 비전 그란투리스모, AMG원, AMG GT XX 등이 그의 손길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바우디 신임 총괄은 내년 2월부터 조직을 이끌게 된다. 

 

 업계는 약 30년간 벤츠의 디자인을 이끈 고든 바그너의 퇴장을 보고 벤츠 디자인 역사의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전동화 이후의 럭셔리와 브랜드 정체성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지, 새 수장을 맞은 디자인 조직의 과제가 더욱 선명해졌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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