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산업 투자 지속
-자동차에 대한 미래 가치 하락 우려해
테슬라는 한때 ‘자동차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회사였다. 그런데 지금의 테슬라를 보고 있으면 그 문장이 조금 다르게 들린다. 그 인상을 강화한 사건이 최근 하나 터졌다. 테슬라가 차세대 로보틱스인 옵티머스 생산을 위해 기존 공장 라인을 재편하고 그 과정에서 모델 S와 모델 X를 단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더 이상 테슬라의 플래그십 전기차는 없으며 이 자리를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체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일각에서는 옵티머스 양산을 위해 연 100만 대 생산 목표까지 꺼내든 발표를 인용하며 테슬라가 차가 아닌 로봇을 만들 공간이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물론 단종이 곧 자동차 포기를 의미하진 않지만 상징성은 분명해 보인다. 테슬라가 스스로 우리가 다음으로 벌고 싶은 돈은 자동차가 아니라는 신호라는 것이다.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공장 배치로 이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테슬라는 제품 확장에 대한 자세가 소극적이었다. 모델 3와 모델 Y는 풀체인지가 아니라 리프레시로 시간을 벌었다. 기가 팩토리 특성 상 디자인 변경 및 가공이 과감하지 못했고 그만큼 공정 효율을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외관·NVH·인테리어, 기능을 개선해 수명을 연장하는 쪽에 가까웠다.
신차는 더더욱 없었다. 2017년에 공개한 테슬라 로드스터는 10년이 가까워가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고 대형 전기 트럭 세미 역시 수차례 일정이 바뀌고 있다. 발표-지연-리프레시로 시간을 벌고 그 사이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와 AI, 로보틱스 등 다른 산업군의 스토리를 키우는 방식으로 시장을 설득해왔다.
그나마 양산까지 성공한 게 사이버트럭이다. 하지만 판매는 신통치 않다. 미국 판매 기준으로 2025년 판매가 전년 대비 50% 가까이 감소했으며 시장이 체감한 상품성과 가격, 품질 이슈가 기대를 따라오지 못했다는 평가가 함께 붙는다.
이렇다 보니 테슬라는 자동차로 시간을 사는 회사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플래그십은 로봇 공장 자리를 위해 퇴장하고 볼륨 제품은 리프레시로 연명 야심작은 발표 대비 양산이 늘 늦고 상징적인 차는 판매에서 삐걱한다. 이 흐름이 쌓이면 사람들에게 테슬라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기술 개발을 하는 게 아니라 기술 개발을 하기 위해 자동차를 만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자동차 구매자로 향한다. 자동차는 원래 구입 이후의 시간이 브랜드 로열티를 만든다. 정비, 중고가, 세대교체, 커뮤니티, 그리고 다음 차로 이어지는 경험 등이다. 그런데 테슬라가 자동차를 중간 단계로 취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소비자가 누릴 로열티의 무개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운전대를 잡은 소비자보다 공장 바닥을 걸어 다닐 로봇에게 더 많은 미래를 배정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