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아닌 겸용이 핵심
인간의 범주 안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그간 둘의 육상 이동은 각자의 ‘전용 이동’으로 구분돼 있다. 특히 대한민국 내에선 더욱 그렇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전용으로 타는 자동차, 이른바 휠체어 전용 탑승 이동 수단과 비장애인이 손쉽게 이용 가능한 대중 교통으로 구분된다. 둘 모두 이용 가능한 모빌리티를 만들자고 무수히 목소리를 외쳤지만 비용 문제로 번번이 좌절됐다. 제조사는 만들어 팔아도 이익이 되지 않고 장애인은 전용 이동을 원했던 탓이다.
사진 : 기아 PV5 WAV
이런 가운데 마침내 한국에서도 겸용 이동 수단이 등장했다. 기아 PV5 WAV다. 여기서 말하는 ‘겸용’은 비장애인이 타도 되고 휠체어 장애인도 탈 수 있다는 뜻이다. 둘 가운데 우선 탑승도 없다. 먼저 호출해 탑승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겸용은 흔히 길 위에서 많이 보는 일반 택시와 같다. 그런데 ‘장애인’, ‘휠체어’란 단어만 등장하면 자꾸 전용 개념을 들먹인다. 오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명확한 이동 구분이 우리 뇌에 강력하게 각인된 탓이다.
기아 PV5 WAV는 기본적으로 PV5 전기 택시다. 주요 이용자는 비장애인 탑승객이다. 그러나 ‘WAV’가 붙었다고 자꾸 장애인 전용으로 여긴다. 하지만 전용으로 여기는 순간 WAV의 이동 가치는 훼손된다.
WAV의 등장 배경은 매우 복잡하다. 먼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교통 약자의 증가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고통약자(고령자, 장애인, 영유아 동반자 등)는 1,61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1.5%를 넘어섰다. 1년 사이 26만명이 증가한 수지다. 그 중에서도 노령화에 따라 보행이 불편한 사람이 가파르게 증가한다. 그리고 이들은 점차 일반 택시 이용이 어렵다. 이때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하는데 숫자가 부족하다. 아니, 엄밀하게는 호출이 특정 시간 대에 집중돼 배차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전용 콜택시를 늘리면 그만큼 예산 부담이 생긴다. 이때 일반 택시가 이동을 맡아주면 서로 ‘윈-윈’이다. 하지만 그간 마땅한 겸용 수단이 없어 이용 편의를 높이려 해도 불가능했다.
겸용 택시가 휠체어 이용자 및 고령자에게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유아차를 이용하는 영유아 동반자에게도 매우 적절하다. 유아차를 접지 않고도 탑승할 수 있어서다. 마찬가지로 일반 택시 이용하듯 호출만 하면 된다. 그래서 택시 업계도 겸용 이동 수단의 등장을 반긴다. 비장애인 집중 이용 시간대와 교통 약자가 몰리는 시간이 서로 확연하게 다른 탓이다. 이 경우 실차 탑승률이 올라 소득도 증가한다. 동시에 교통 약자는 집중 이용 시간대에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배차 시간이 짧아진다.
사진: 블랙캡(위), 재팬택시(아래)
물론 겸용 이동 수단이 모든 교통 약자를 수용할 수는 없다. 덩치가 큰 전동 휠체어 등은 여전히 탑승 공간이 좁다. 그리고 대부분의 불만은 여기서 비롯된다. 하지만 대형은 제외하면 대부분 탑승이 수용된다. 그렇게 수요 분산만 시켜도 장애인 전용 콜택시 이용자의 편의성도 올라간다. 덕분에 자치단체는 전용 콜택시의 증차를 억제해 예산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아낀 예산으로 이용 요금을 지원하는 게 오히려 교통 약자에게 도움이 된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이용료 지원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아쉬운 건 도입 대수다. 택시 업계는 제조사로부터 공급 확대를 요구하지만 제조사도 생산의 한계가 있다. 게다가 BEV라는 점에서 해외에서도 공급 요청이 쇄도한다. 이른바 겸용으로 불리는 유니버설 모빌리티를 만드는 완성차 기업은 글로벌에서 3곳이 전부인데 이 가운데 수출은 한국 기업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장에 우선 공급할지 정하는 곳은 기업이지만 그래도 한국 내 우선 공급을 기대하는 게 욕심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특히 한국의 고령화 전환 속도를 고려하면 더더욱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