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대우모빌리티가 던지는 현실적인 메시지
-시장 상황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정책 필요해
타타대우모빌리티가 23일 새로운 중형 트럭 하이쎈을 공식 출시했다. 특히, 이날은 신차 소개와 별도로 현재 직면한 대한민국 상용차 시장의 위기와 문제, 전동화에 대한 고민 등이 주목을 받았다. 김태성 타타대우모빌리티 사장은 “차는 이미 만들 준비가 끝났지만 지금의 시장과 정책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며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국내 상용차 시장의 현 주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겉보기보다 훨씬 불안정한 흐름 속에 놓여 있다는 것.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개인 사업자 중심의 수요다. 상용차는 철저히 생계형 자산이기 때문에 연료비가 오르면 곧바로 구매를 미루는 구조다. 올해 초만 해도 전년 대비 성장세가 예상됐던 시장은 상황이 바뀌면서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최대 두 자릿수에 가까운 수요 감소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제조사의 고민은 더욱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상품 경쟁력과 판매 구조의 건강성을 동시에 유지해야 하지만 풀모델 체인지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타타대우모빌리티 역시 이 간극을 인정하면서도 하이쎈과 전기트럭 기쎈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이날 등장한 하이쎈은 가격과 실사용 영역에서의 균형을 택한 전략이 인상적이다. 경쟁차 대비 출력은 다소 낮지만 실제 중형 트럭 시장에서 과도한 출력이 필수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가격은 15~20% 낮추고 열선 및 통풍 시트 등 체감도가 높은 편의 품목을 기본으로 제공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하이쎈은 과한 스펙 대신 돈이 되는 차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하며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서 소비자가 찾는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시한다.
하이쎈과 함께 앞으로 나올 또 다른 신차, 전기트럭 ‘기쎈’에 대한 관심과 질문이 이어졌다. 현재 정부의 전기트럭 보조금은 업계 기준에서 사실상 시장과 거리가 먼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고 보조금이 기쎈급 기준 약 4,000만원, 일부 배터리 타입은 1,700만원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과거 전기버스 도입 초기 1억원 수준의 지원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단순한 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트럭 한 대는 승용차 20대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탄소 저감 효과를 고려하면 전기 상용차 전환이 더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 여기에 전기 상용차의 낮은 잔존가치까지 더해지면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욱 커지고 결국 구매를 미루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구조다.
김태성 사장은 “현장의 불만은 보조금 수준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전기트럭은 인증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급 평가까지 별도로 통과해야 하며 카고와 특장 등 다양한 파생 제품마다 개별 인증이 요구된다. 결과적으로 인증과 평가가 이중, 삼중으로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실제 시장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제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기에 충전 인프라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트럭은 일정한 동선이 아닌 다양한 운행 루트를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인프라로는 전기트럭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놨다.
상품은 이미 준비됐고 기술 역시 충분하지만 정책과 시장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이쎈이 당장 시장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반면 기쎈은 분명한 가능성을 갖고 있음에도 제도적 한계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전기 상용차를 진짜로 보급할 것인지, 아니면 숫자만 채우는 정책에 머물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지금의 구조에서는 답이 명확하다. 정부의 의지는 보이지만 실행은 부족하고 그 간극은 결국 시장이 아닌 현장에서 차를 사야 하는 사람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