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에서 시작된 기술, 왜 자동차?
-‘차’가 아니라 ‘플랫폼’..모빌리티를 기술 검증 무대로
-생활 데이터로 쌓은 기술로 산업 경계 넘는다
드리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놓은 계획은 야심찼다. 로봇청소기와 생활가전 중심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스스로를 AI·로보틱스 기반 기술 기업으로 재정의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핵심은 기술의 ‘전이 가능성’이다. 드리미는 고속 디지털 모터, 지능형 알고리즘, 바이오닉 로봇 기술을 공통 기반으로 삼고 있고 이 기술을 다양한 제품군에 반복 적용해왔다. 동일한 엔지니어링 자산이 청소기에서 시작해 스마트홈, 개인 디바이스를 거쳐 모빌리티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회사 측은 “모든 제품은 동일한 기술의 다른 표현”이라는 점을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다.
이 맥락에서 이들이 말하고 있는 '드라이브 넥스트' 전략은 자동차 산업 진출을 넘어 기술 적용 범위를 외부로 확장하는 첫 시도에 가깝다. 해당 세션에서 이들은 완성차 사업 자체보다는 드리미가 보유한 AI 기술, 자율 제어, 내비게이션 기술이 자동차라는 복합 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공개된 ‘네뷸라 넥스트 01 제트 에디션’은 상징적 성격이 강하다. 2160라인 라이다와 자율주행 기술, 고성능 구성을 결합한 이 콘셉트는 양산 제품이라기보다 기술 검증 플랫폼에 가깝다. 여기에 로켓 추진체까지 결합했으니 공공도로와의 괴리감은 더 크다. 설정은 현실적 상품성보다 기술 한계 실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즉, 모빌리티를 ‘시장’이 아니라 ‘기술 확장 무대’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접근은 드리미가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역량과도 연결된다. 로봇청소기와 스마트 가전은 이미 실내 환경에서의 자율주행, 공간 인식, 경로 최적화, 물체 회피 등 복합적인 AI 기술을 요구하는 제품군이다. 이는 구조적으로 차량 자율주행 기술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차이가 있다면 스케일과 안전 요구 수준, 그리고 주행 속도지만 기술의 방향성 자체는 동일하다. 드리미가 ‘모빌리티’를 언급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스마트홈과의 연결성도 중요한 포인트다. 통합형 스마트홈 생태계는 개별 기기가 아닌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환경을 전제로 한다. 이 구조에서 모빌리티는 집 밖으로 확장된 또 하나의 노드가 될 수 있다. 즉, 집 안의 로봇과 집 밖의 자동차가 동일한 AI·로보틱스 플랫폼 위에서 연결되는 그림이다.
결국 드리미가 말하는 모빌리티는 완성차 제조업 진출 여부보다 ‘기술 기업으로서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가깝다. 스마트홈에서 검증한 자율성, 인지, 제어 기술을 보다 복잡한 환경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라는 것. 로보틱스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경로와도 맞닿아 있다.
이 과정에서 드리미는 일종의 '장치'로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 구글 X 창립자를 내세웠다. '웨이모의 아버지'인 그를 특별 초청 연사로 내세우며 단순 제품 발표가 아닌 모빌리티 사업이 기술 담론의 일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율주행의 본질은 머신러닝, 즉 시스템이 스스로의 실수로부터 학습하는 능력”이라며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자율주행 시스템은 한 번의 오류를 전체가 공유해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논리대로라면 자율주행은 결국 안전에서 인간을 능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인간의 한계가 이동성의 한계를 규정하던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드리미가 제시한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차를 만들겠다는 접근이 아니라 학습하고 진화하는 시스템을 통해 기존 산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인식이다. 로봇청소기에서 시작된 자율성, 인지, 제어 기술이 더 큰 환경으로 확장되며 반복 학습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구조 역시 동일하다. 결국 드리미가 모빌리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동 수단’이 아니라 경험을 축적하고 개선해나가는 지능형 시스템의 확장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드리미의 모빌리티 전략은 ‘진입’보다 ‘확장’에 가깝다. 이미 확보한 핵심 기술을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면서 기업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스마트홈에서 시작된 기술 서사가 모빌리티로 이어지는 흐름은 자연스럽다. 다만 이 흐름이 실제 제품과 사업으로 이어질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것은 드리미가 더 이상 특정 카테고리에 머물지 않고자 한다는 점, 그리고 그 중심엔 모빌리티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몇년 뒤 양산형 네뷸라 01을 만나볼 수 있을까.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이 점만을 확실하다. 드리미는 생활 데이터 기반의 로보틱스 플랫폼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갖고 있다. BYD가 배터리를, 지리가 볼보라는 강력한 기술 바탕을 갖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처럼 말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