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벗어난 로봇, 이제 집으로 들어온다

입력 2026년05월01일 08시2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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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기부터 인덕션까지..같은 기술 다른 방향
 -일상 진입 초읽기..남은 과제는 

 

 드리미가 실리콘밸리에서 제시한 비전은 겉으로는 스마트홈과 모빌리티로 보이지만 이를 관통하는 핵심 축은 로보틱스다. 이 회사가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방식 역시 특정 제품군이 아니라 ‘로봇 기술 기업’에 가깝다.

 


 

 지난 27일부터 30일(현지시각)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드리미 넥스트' 행사의 구조를 보면 그 의도는 분명해진다. 이날 드리미는 모빌리티, 스마트홈, 개인 디바이스, 퍼스널 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깔때기'는 고속 디지털 모터, AI 인지 알고리즘, 로봇 팔이었다. 

 

 로보틱스는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동작하는 시스템’으로 정의된다. 드리미가 말하는 로봇은 팔이나 바퀴가 달린 기계가 아니라 인지·판단·행동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자율 시스템에 가깝다. 실제로 로봇청소기에서 구현된 기능만 보더라도 공간 인식, 경로 최적화, 장애물 회피, 자율 동작이 결합돼 있다. 크기나 구동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 산업용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와 기술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

 

 이 접근 방식은 기존 가전업체와의 차이를 만든다. 전통적인 가전은 기능 단위로 설계된다. 세탁기는 세탁, 청소기는 흡입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다. 반면 드리미는 이를 ‘환경을 이해하고 개입하는 로봇’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동일한 기술이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될 수 있는 이유도 기능이 아니라 ‘행동’ 중심으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제품에서 그 맥락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로봇팔이 적용된 에어컨은 공기 흐름을 단순히 세기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90도·45도·0도의 각도 제어를 통해 상황에 맞는 바람의 방향과 성질을 능동적으로 설계한다. 각 유닛을 독립적으로 제어해 직풍, 순환, 미세 제어를 구분하는 방식이다. OTA 업데이트를 통한 성능 개선 구조까지 더해지면서 공조기기는 점차 학습 가능한 로봇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세탁 영역에서는 로봇의 개입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진다. 세탁 로봇은 6개의 액추에이터로 구성된 팔을 통해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고 다시 넣는 작업을 수행한다.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잡았을 정도로 시제품이라기엔 완성도가 뛰어났다. 장기적으로는 세탁물을 개는 기능까지 확장하겠다는 게 이들의 계획. 단순 자동화를 넘어 가사 노동 자체를 대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냉장고 역시 저장 장치를 넘어선다. 사용자가 식재료를 올려두면 센서가 이를 인식하고 내부에 위치한 로봇팔이 적절한 위치로 이동시켜 정리한다. 주방가전도 같은 흐름이다. 식기세척기는 세척 효율을 높이고, 오븐은 음식 상태에 따라 뒤집는 동작을 수행하며 인덕션은 화구를 이동시키며 복수의 조리를 병행한다. 고정된 구조에서 기능을 수행하던 기존 가전과 달리 움직임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로보틱스적 접근이다.

 


 

 로봇청소기는 이미 그 출발점에 있다. 3D ToF 기반 비전 내비게이션과 로봇팔, 캐터필러 구조를 결합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고 물걸레 세척부에도 로봇팔을 적용해 사각지대까지 청소 범위를 확장했다. 평면 공간에서 입체 공간으로의 확장은 로봇 기술의 진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흐름은 실내를 넘어 야외로 이어진다. 가드닝 장비는 라이다와 카메라를 활용해 수천 제곱미터 규모의 잔디를 관리하고,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지형과 장애물을 인식하고 최적 경로를 생성하는 구조다. A3 AWD 프로와 같은 제품은 경사면 등판, 장애물 극복, 자동 충전까지 수행하며 사용자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 로봇 형태에 근접해 있다.

 

 로보틱스 관점에서 보면 드리미의 확장은 단계적이다. 실내 자율 동작에서 시작해 정밀 제어를 거쳐 개방 환경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기술의 스케일업이 핵심 과제로 남는다. 실내에서 검증된 인지와 제어 기술이 외부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더 높은 출력과 내구성을 요구하는 환경을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로봇팔이 적용된 가전의 경우 검증해야 할 요소는 적지 않다. 오븐과 같은 고온 환경, 냉장고 내부의 저온 환경에서의 내구성, 반복 동작에 따른 기계적 신뢰성 등은 실제 상용화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가드닝 장비 역시 악천후와 먼지, 충격 등 외부 환경에서의 내구성이 중요한 변수다. 현재로서는 개념과 방향성이 제시된 단계인 만큼 제품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흐름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미 산업 현장에서 로보틱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아틀라스와 스팟 같은 로봇을 앞세워 물류·제조 현장에서의 활용을 확대하고자 하는 흐름과 비교하면 드리미의 접근법은 훨씬 밀접하게 다가온다. 같은 맥락의 기술을 집 안과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있어서다.

 

 결국 두 흐름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로봇은 특정 산업에 국한된 장비가 아니라 점차 인간의 생활과 맞닿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드리미가 제시한 제품들은 아직은 모두 상용화되지 않았다. 기술적 검증도 남아 있다. 그러나 로봇이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흐름 자체는 분명해 보인다.

 

 샌프란시스코(미국)=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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