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차' 롤스로이스 팬텀, 예술이 되다

입력 2025년08월07일 10시24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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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부터 워홀까지, 많은 아티스트와 함께해

 

 롤스로이스가 6일(현지시각) 팬텀 탄생 100주년을 맞아 브랜드와 예술계가 팬텀과 함께한 여정을 소개했다. 이들은 팬텀이 럭셔리 세단을 넘어 수많은 예술가들의 캔버스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팬텀과 함께한 아티스트는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부터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 왕립예술원 최초의 여성 정회원 로라 나이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로라 나이트는 팬텀을 이동식 아틀리에로 삼아 경마장에서 그림을 그렸고, 재클린 드 로스차일드, 페기 구겐하임, 넬슨 록펠러 같은 예술 수집가들도 팬텀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1955년 겨울, 살바도르 달리는 파리 소르본대학교 강연에 앞서 팬텀을 활용한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친구에게서 검정색과 노란색 팬텀을 빌린 그는 차 안을 무려 500㎏의 콜리플라워로 채워 파리 시내를 누볐고, 강연장 앞에서 차 문을 열어 거리 위로 야채를 쏟아냈다. ‘편집증적 비판 방법의 현상학적 측면’이라는 강연 주제는 기억에서 희미하지만, 그의 등장은 지금까지도 전설로 회자된다.

 

 이 퍼포먼스는 훗날 ‘콜리플라워 팬텀’이라 불리며 예술적 상징이 됐다. 롤스로이스는 이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 예술가에게 새로운 작품을 의뢰하기도 했다. 달리는 이후에도 팬텀을 예술에 활용했다. 1975년 그는 로트레아몽의 시집 말도로르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에칭 판화에서 설원에 고립된 팬텀을 ‘절망의 유령’처럼 묘사했다. 이 판화는 1970년대 피에르 아르질레에 의해 한정판으로 출판돼 오늘날 그의 대표 그래픽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앤디 워홀과 팬텀의 인연도 달리와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1965년 뉴욕의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이 둘은 처음 조우했고 사진작가 데이비드 맥케이브는 당시 워홀이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워홀은 1937년형 팬텀을 직접 소유하게 된다. 1972년 스위스 취리히의 한 골동품 상점에서 이 차를 발견한 그는 즉시 구매해 뉴욕으로 보냈고 1978년까지 보유하다 매니저 프레드 휴즈에게 넘겼다. 롤스로이스는 이를 기념해 1970년대 뉴욕의 자유로운 문화와 클럽 ‘스튜디오 54’의 정신을 팬텀에 담는 현대 예술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롤스로이스의 예술적 정체성은 팬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브랜드의 상징인 환희의 여신상은 예술가 찰스 로빈슨 사이크스의 손에서 탄생했다. 1911년부터 모든 롤스로이스 보닛 위에 자리한 이 여신상은 고대 조각 ‘사모트라케의 니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예술가에게 팬텀은 단순한 수단이 아닌 감정의 매개체였다. 황량한 설원을 달리든, 뉴욕의 밤거리를 유영하든, 그 차체는 늘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의 무대였다. 팬텀은 이제 두 번째 세기로 접어든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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