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개발 기간, 2년 수준으로 단축 목표
-검증된 기술·SDV 활용 등으로 구현 가능해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이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신차 개발 기간을 2년 수준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파리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차 개발 사이클은 통상 4~5년이 소요되는데 이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뜻이기 때문.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 전환으로 제품 교체 주기가 빠르게 짧아지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시장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르노코리아가 제시한 해법은 개발 체계의 구조적 전환이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기존처럼 차종별로 모든 요소를 새로 설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글로벌 플랫폼과 부품 공용화를 기반으로 이미 검증된 기술을 적극 활용해 설계 단계에서의 시간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르노그룹 차원의 모듈화 아키텍처를 국내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성규 르노코리아 연구개발 고문 역시 개발 기간 단축의 핵심으로 ‘재사용 가능한 기술 자산’을 지목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모든 차를 새롭게 만드는 구조에서는 속도를 낼 수 없다”며 “플랫폼과 주요 부품을 공유하면 설계와 검증 과정이 동시에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부품 단위뿐 아니라 전자 아키텍처와 전동화 시스템까지 공용화 범위를 확대할 경우 개발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반복 검증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SDV로의 전환도 중요한 변수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 개발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밀접하게 결합돼 하나의 변경이 전체 일정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SDV 구조에서는 두 영역을 분리해 병렬 개발이 가능하다. 파리 사장은 “차를 출시한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 초기 개발 부담이 줄어든다”고 언급했다. 완성도를 일정 수준 확보한 상태에서 먼저 출시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상품성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부산공장의 역할 확대 역시 개발 기간 단축 전략과 맞물린다. 르노코리아는 2028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차세대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개발과 생산을 동시에 고려하는 ‘동시 엔지니어링’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설계 단계부터 생산 공정을 반영하면 양산 이후 발생하는 수정 작업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전체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글로벌 협업 구조도 활용된다. 르노그룹 및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내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과 데이터를 공유하면 국내 개발 과정에서 반복적인 시험과 검증 절차를 단축할 수 있다. 이는 개발 속도를 높이면서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다만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시도가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니콜라 파리 사장은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디지털 시뮬레이션과 검증된 기술 활용을 통해 이를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르노코리아는 2029년까지 매년 국내에 신차를 투입하겠다는 중기 계획도 함께 공유했다. 르노코리아는 내년 첫 SDV 신차를 내놓고, 엔드 투 엔드(E2E) 방식의 레벨2++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 출시 등을 계획 중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